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르다(26·미국)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5개 대회 연속으로 정상에 올랐다. LPGA투어 최다 연속 우승 기록과 타이다.

올 시즌 코르다는 ‘골프 여제’라 불리기에 손색없다. 올해 1월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을 시작으로 3월 퍼힐스 박세리 챔피언십과 포드 챔피언십, 이달 초 T모바일 매치플레이까지 이번 대회 직전까지 출전한 4개 대회에서 모두 정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날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셰브론 챔피언십까지 제패하며 5연속 우승을 일궜다. 올 시즌 코르다가 우승을 놓친 건 첫 출전 대회이던 1월의 힐턴 그랜드 베케이션스(공동 16위)가 유일하다. 코르다 이전에 5연승을 거둔 선수는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와 2004, 2005년에 걸쳐 같은 기록을 남긴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 등 둘뿐이다.
2017년 LPGA투어에 데뷔한 코르다는 2022년까지 8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고, 메이저대회인 KPMG PGA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에도 올랐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부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 2022년 왼팔 혈전 증세로 수술대에 오르며 몇 개월을 쉬어야 했다. 지난해엔 허리 통증으로 몇 달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작년엔 1승도 거두지 못하면서 세계 랭킹 5위 밖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자 “코르다는 이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는 수군거림도 들렸다. 코르다는 이번 대회 우승 후 인터뷰에서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골프장 안팎에서 더 열심히 노력했다. 시련과 슬픔을 극복하면서 더욱 성숙해졌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더 강해진 코르다는 악천후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좋지 않은 날씨 때문에 이번 대회 3라운드의 남은 7개 홀과 4라운드 18개 홀 등 하루에 25개 홀을 도는 강행군을 했지만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4라운드를 단독 선두로 시작한 유해란이 초반 5개 홀에서 세 타를 잃는 사이, 공동 2위로 출발했던 코르다는 3, 4번홀 연속 버디로 승부를 뒤집었다. 10번홀(파4)에선 그린 주위에서 시도한 칩샷으로 버디를 낚는 집중력을 보였다. 코르다는 이번 대회 참가 선수 중 유일하게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했다. 코르다는 드라이버 샷보다는 아이언 샷이 단연 돋보인다. 이번 시즌 코르다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33위(264.7야드), 페어웨이 적중률은 61위(74.2%)인데 그린 적중률(75.9%)은 1위다.
코르다는 25일부터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리는 JM이글 LA 챔피언십에서 투어 사상 첫 6연승에 도전한다. 셰브론 챔피언십 4라운드를 마친 뒤 코르다는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후반 9개 홀이었다. 우승한 지금에서야 겨우 숨이 쉬어진다”며 “일단 이 상황을 즐기면서 다음 대회에서도 연승 행진을 이어가면 좋겠다. 5연승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했다.
지난해 LPGA투어 신인왕 유해란은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로 5위에 올라 한국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다.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전 세계랭킹 1위 유소연은 2라운드까지 7오버파를 치며 컷 탈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