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기자회견 분위기도 날카로울 수밖에 없었다. 강정호는 먼저 사과문을 발표하고, 복귀했을 시 첫 해 연봉을 음주피해자 지원에 모두 기부하고,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캠페인 참여, 유소년 야구선수 대상 재능기부 등 향후 계획을 밝혔다. 강정호는 초초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연신 고개를 숙였다. 눈가는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질의가 시작되자 강정호는 했던 말을 반복하는데 급급했다. 주로 “죄송하다”라는 말이 많았고, “변명의 여지가 없다”라는 뻔한 답변의 빈도가 늘어났다. 과거 ‘야구로 보답하겠다’라고 한 발언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어리석었다. 야구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실력으로 보여주는 줄 알았다”며 뒤늦은 후회를 하기도 했다. 이후 숙취 운전 적발 후 은퇴를 선언했던 전 삼상 라이온즈 박한이(41)의 얘기가 나오자, “형평성이라는 부분은 저도 같은 생각이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노력하고 싶다”고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엉뚱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KBO리그 복귀 결정 이후 사과하는 것에 대해 팬들이 분노한다. 사고 직후나 KBO리그 복귀 시도 이전에 사과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지 않았냐’는 질문이었다. 강정호는 “징계 결정이 늦어지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늦어진 점을 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사과가 늦어져 정말 죄송하다”고 답했다. ‘징계가 늦어졌다는 말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다시 던져졌다. 그러자 강정호는 “상벌위원회가 늦게 열리는 바람에 들어올 시점을 놓쳤다. KBO에서 어떤 징계가 나와도 겸허히 받아들일 생각이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는 말이 맞지 않는다. KBO는 지난달 20일 강정호로부터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받았고,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징계를 결정했다. 상벌위원회 시점이 늦는다는 건 말이 안된다. 한국에 들어와서 먼저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제출했어도 됐다. 또 임의탈퇴 신분인 강정호가 키움 구단이 아니라 KBO에 직접 연락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김치현 키움 단장님과 중간에 연락한 게 전부다”라고 동문서답하기도 했다.
강정호는 왜 KBO리그에 복귀해야 하는지에 대해 “주변 사람들에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다소 이기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기적으로 비칠 수 밖에 없는 자신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정말 이기적으로 살아왔다. 앞으로는 주변을 배려하겠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이기적인 것 같다. 앞으로 이기적으로 살지 말자고 노력했는데도 이기적으로 되는 것 같다”며 고개를 떨궜다. 여기서 이미 강정호는 자가당착에 빠졌다. 자신이 왜 복귀를 해야하는지 합당한 설명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