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박경완 감독대행은 감독대행으로 불리지만 여전히 수석코치다. KBO가 매일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현장 취재진에 배포하는 1군 엔트리 현황의 감독 란에는 '염경엽'이 적혀있다. 염경엽 감독은 건강 문제로 당분간 돌아오지 못한다. 그래도 언젠가 돌아와서 지휘봉을 잡을 사람이다.
보통 이런 상황에 놓인 감독대행이라면 감독의 컬러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한다. 실제 박 감독대행도 이 부분은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나 최근 SK 경기를 보면 때로는 박 감독대행만의 과감함도 엿보인다.
맞고 틀리고의 문제라고 보긴 어렵다. 어쨌든 지금 SK 1군의 지휘봉을 잡은 건 박 감독대행이기 때문이다. 박 감독대행은 기본적으로 부상자들의 완벽한 치료 및 젊은 선수들의 적국 중용이라는 대명제를 세워뒀다.
이 틀에서 선수 개개인(특히 젊은 선수들)의 경쟁력을 극대화하고, 종종 그 이상을 보여줄 수 있는지 확인한다. 대표적인 게 8일 인천 NC전서 3-1로 앞선 9회초 세이브 상황에 좌완 김택형을 투입했던 사례다.
좋은 잠재력을 지녔고, 1군에서 꾸준히 중용된다. 그러나 2점 리드서 마지막 아웃카운트 3개를 맡기기엔 아직 불안한 측면도 있는 투수다. 결국 ⅔이닝 3피안타 1실점했다. 박 감독대행은 박민호를 투입, 1점차 리드를 지켰다. 최초 계획이 틀어지자 재빨리 플랜B를 선택한 건 인상적이었다.과감한 작전지시도 눈에 띄었다. 11일 대전 한화전. 2-1로 앞선 5회초 1사 1,2루, 최정 타석. 초구부터 사인이 나왔다. 더블스틸인 듯했다. 타자가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간판인 걸 감안하면 흥미로웠다. 초구가 볼이 되자 1루 주자가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2루 주자는 가만히 있었다. 결국 1루 주자는 횡사했다. 작전 실패. 이밖에 승부처라고 판단하면 희생번트나 히트&런 등도 과감하게 지시했다.
박 감독대행이 젊은 선수들을 적극 중용하며 팀을 긴 호흡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건 맞다. 그렇다고 눈 앞의 경기를 포기할 수는 없다. SK 타자들의 생산력은 리그 최하위권이다. 기회가 오면 벤치의 과감한 개입은 필수적이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다.
박 감독대행은 6월25일 두산과의 홈 더블헤더 1차전 2회말부터 지휘봉을 잡았다. 6승11패. 딱히 분위기를 바꾸지는 못했다. 그러나 감독대행이 갑자기 팀을 수습하는 게 쉽지 않은 측면도 감안해야 한다. 17경기만으로 박 감독대행을 평가하는 것도 이르다. 확실한 건 벤치워크가 과감하다는 점이다. 결국 작전수행의 디테일을 끌어올리는 게 관건이다. 과감한 움직임에 비해 좋은 결과는 많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