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9년차로 최장수 현역인 LG 트윈스 외야수 박용택(41·사진)이 야구계 안팎의 논쟁을 촉발한 자신의 ‘은퇴 투어’를 고사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는 야구계에 족적을 남긴 선수를 격려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로 은퇴 투어를 지지했지만, 박용택은 나머지 9개 팀 팬들의 반발 여론에 고개를 숙였다. 박용택은 선수 인생의 마지막인 올 시즌의 남은 정규리그에서 경기에 집중할 의사를 밝혔다.
LG 구단 관계자는 10일 “팀 성적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박용택이 은퇴 투어 논의보다 경기에 전념하고 싶다는 의사를 구단에 전해 왔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 도중 부상으로 교체돼 회복에 전념해온 박용택은 11일 KIA 타이거즈와 홈경기를 앞두고 1군 훈련에 합류한다.
은퇴 투어는 마지막 시즌을 보내는 선수가 소속팀 이외의 나머지 모든 팀의 홈구장을 방문할 때마다 현역 시절의 노고를 축하받고 작별인사를 하는 행사를 말한다. 2012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치퍼 존스를 시작으로 2013년 마리아노 리베라, 2014년 데릭 지터 등이 은퇴 투어로 30개 팀 팬들을 만났다. 한국에서는 이승엽(44)이 마지막 시즌을 보낸 2017년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각 구단의 협조로 은퇴 투어를 펼쳤다. 지금까지 KBO 차원으로 공인된 유일한 은퇴 투어다.
이승엽과 같은 2017년에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마지막 시즌을 보낸 이호준(44)도 다른 팀 팬들과 작별인사를 나눌 기회를 얻었다. 다만 KBO 차원의 행사는 아니었다. 이승엽의 은퇴 투어는 각 팀 단장급 논의체인 KBO 실행위원회에서 결정됐다. 반면 이호준은 원정경기마다 꽃다발을 받고 기념촬영을 하는 선에서 은퇴 투어를 진행했다.
야구계는 박용택의 꾸준한 활약과 현재 보유한 프로야구 개인 통산 최다 안타만으로도 은퇴 투어를 진행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봤다. 일각에서는 이호준과 같은 형태의 은퇴 투어도 제시됐다. 반면 야구팬들은 이승엽만큼의 국가대표 이력을 쌓지 못한 박용택의 은퇴 투어에 의문을 제기했다. 나머지 9개 팀 팬들에게 박용택은 LG 선수로만 각인된 탓이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진행된 투표에서 박용택의 은퇴 투어를 반대하는 의견이 70%를 넘기고 중단되기도 했다.
박용택의 은퇴 투어를 추진하기 위한 시간도 촉박했다. 오는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으로 편성된 키움과 올 시즌 마지막 원정경기에서 성사되지 않으면 불발될 수밖에 없었다. 키움은 돔구장을 사용해 우천 취소로 인한 추후 재편성 경기가 발생하지 않는 팀이다.
박용택은 2002년에 LG로 입단한 뒤 이적하지 않고 19시즌을 활약한 프랜차이즈 스타다. 지금까지 2178경기에 출전해 2478안타를 때렸다. 39시즌째를 진행 중인 KBO리그에서 개인 통산 최다 안타로 기록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