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흐름으로 향하던 지난 2월, 대한축구협회(KFA) 한 관계자는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상반기 일정은 모두 틀어진다고 봐야할 것 같다"고 어둡게 전망한 후 "더 문제는,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올해 전체 일정이 물거품 되는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지난 12일 "FIFA와 AFC는 오는 10월과 11월 A매치 기간에 열릴 예정이던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예선'과 '2023 AFC 중국 아시안컵 예선'을 2021년으로 연기한다"면서 "각국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FIFA와 AFC는 3월과 6월 상반기에 잡혀 있던 월드컵 예선을 하반기로 미룬 바 있다. 3월26일과 31일에 치르려 했던 경기는 10월8일과 13일로, 6월4일과 9일에 잡혔던 경기는 각각 11월12일과 17일로 계획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내년으로 재조정했다.
이 결정에 따라 한국을 포함, 아시아 지역의 2020년 축구대표팀 간 공식 경기는 사실상 열리지 못할 공산이 크다. 거의 1년 내내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된 KFA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18일 "10월과 11월 대표팀 스케줄에 대해 내부적으로 고민은 하고 있는데 아직 오픈할 단계는 아니다. 사실 당장 9월에 열릴 평가전부터 고민"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언급한 9월 평가전은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과 김학범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U-23대표팀의 이벤트 매치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달 24일 "벤투호와 김학범호의 맞대결이 9월 A매치 기간 동안 두 차례 열린다. 두 경기 모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다"고 전한 바 있다.
축구협회는 코로나19 여파로 국가 간 이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다른 나라 대표팀과의 A매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지자 대안으로 U-23대표팀 아우들과의 승부를 계획했다. 고육책이었고, 경기를 준비할 때만해도 10월, 11월 월드컵 예선 여지가 남아 있었기에 당시를 대비하기 위한 차선책이기도 했다. 오랫동안 대표팀 경기를 보지 못하고 있는 축구팬들을 위한 작은 선물의 의미도 있었다.
조율 끝에 날짜는 9월4일과 8일로 확정된 상태였다. 그리고 스타디움을 가득 채울 수는 없겠으나 팬들과 함께 할 계획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다시 급격히 나빠지면서 이 계획도 물거품 됐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애초 계획은 소수의 관중을 받는 것이었다. 현재 K리그가 전체 입장 가능 좌석의 25% 이내에서 관중 입장을 허용하고 있는데, 그것에 준해서 9월 평가전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말한 뒤 "그런데 지금 상황이면 그것이 가능할까 싶다"고 토로했다.
경기 개최 일자나 중계방송 여부 등은 차질 없이 진행될 예정이나 관중과 함께 하는 경기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대체 공휴일까지 포함한 짧은 연휴 기간을 지나며 코로나19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는데, 업무에 복귀한 협회는 이날 논의를 통해 9월 A매치의 무관중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 다른 축구협회 관계자는 "관중 없이 경기를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이 시국에서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결정된 사항을 전했다. 결과적으로 연초에 떠올렸던 불길한 예감이 점점 현실이 되고 있는 흐름이다.
협회 관계자는 "9월 평가전도 우여곡절이 많은데 10월과 11월 일정은 더 갑갑하다. 월드컵 예선은 취소됐고, 다른 나라와의 평가전도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이번처럼 또 A팀과 올림픽팀의 이벤트성 대결을 다시 만들 수도 없다"면서 "정말로 1년이 통째로 사라지는 암울한 상황"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