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박효실기자] 여자배구 흥국생명 이재영, 이다영의 학교폭력 폭로와 징계수위를 놓고 어수선한 가운데, 흥국생명에서 이적 후 처음으로 수훈선수가 된 GS칼텍스 센터 김유리(30)의 눈물이 새삼 회자되고 있다.
김유리는 앞서 지난 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도드람 V리그 여자부 경기에서 친정팀 흥국생명을 상대로 한 원정전에서 3-0 완승에 힘을 보태며 이날의 수훈선수가 됐다.
수훈선수로 마이크를 잡은 김유리의 뒤에서 김유리만큼 기뻐한 이들이 있었다. 바로 동료선수들이었다. 이들은 경기가 끝난 뒤에도 모여 앉아 김유리의 인터뷰 장면을 촬영했고, 김유리가 눈물을 훔칠 때 함께 울었다.
김유리는 "은퇴할 때까지 못할 줄 알았는데 (수훈선수) 해서 너무 기쁘다"라고 말했고, 그런 김유리를 보며 KBS 한유미 해설위원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한 해설위원은 왜 우냐는 질문에 "김유리 선수가 마음고생 많이 한 걸 알아서"라면서 눈물을 훔쳤고, 김유리는 "제가 유미언니에게 하소연을 좀 했는데. 고참되니까 더 힘들다고 센터로 더 힘들다고 했더니 그런 것같다"라며 역시 눈물을 흘렸다.
공교롭게도 김유리는 스무살이던 2010년11월 학폭논란과 팀 불화설로 시끄러운 흥국생명에 입단했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2년만에 코트를 떠났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평생의 꿈이었던 배구계를 떠나려했던 그는 2014년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돌아왔고, 2017년6월 GS칼텍스로 이적했다.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마음고생을 했던 그는 2021년 서른 살에 팀의 수훈선수로 성장하며, 감동의 역전드라마를 완성했다.
유망주였던 그가 흥국생명에서 은퇴했던 이유는 팀 선배의 괴롭힘이었다. '한 선배'로 인해 배구인생을 포기하려던 그가 다시 부활하는 모습을 본 한유미가 눈물을 흘린 것. 한유미 해설위원은 지난 6일 자신의 SNS에 올린 장문의 글을 통해 김유리 같은 후배들이 잘 견뎌내길 응원했다.
그는 "시즌 전 스카우팅 리포트 때문에 선수들 인터뷰 하러 다니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많이 하고 오히려 주목받지 못하고 뒷편에 서 있는 선수들과 더 긴 얘기를 주고받으며 그 선수들의 심정을 더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현역 때 우리팀 후배들한테 다같이 있는 자리에서 자기 힘든 거, 자기 속상한 거 티내지 못하게 하고, 팀워크에 문제되는 개인감정은 못 드러내게 했는데 이런 자리에서는 충분히 울어도 되고 누구나 다 인정할 만큼 뒤에서 고생했고, 잘 해주었기 때문에 나도 감정이입이 크게 됐나보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그는 "유리 말고도 뒤에서 묵묵히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면서 팀을 위해 자기 감정 숨기고 잘 참아내는 선수들이 많은데, 기회가 된다면 그런 선수들 다 수훈선수 주고싶고, 잘 했을 때 누구보다 더 크게 박수 쳐주고 싶다"면서 "그러니 부디 잘 견뎌서 기회가 왔을 때 잡길 바라는 마음이다. 프로니까. 모두들 마음 더 단단히 먹고 잘 이겨내길"이라며 격려했다.
자매 국가대표 배구선수로 유명한 한유미는 현대건설에서 간판선수로 활약했으며, 동생 한송이는 현재 KGC 인삼공사에서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