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불화설과 학교폭력으로 시끄러운 가운데, 팀 주장을 맡고 있는 김연경(33)은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고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연경은 지난해 말 주전 세터 이다영(25)과 불화설에 휩싸였다. 이다영은 자신의 SNS에 팀 내 불화를 암시하는 글을 올리며 논란을 부추겼다. 팬들은 그 대상으로 김연경을 지목했다. 하지만 김연경은 "어느 팀이나 다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부의 문제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각자 책임감을 가지고 승부하면 된다"고 의연하게 대처했다.
자신의 소신을 밝힌 뒤 김연경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이어졌다. 지난 7일 흥국생명 숙소에서 한 선수가 쓰러진 채 발견된 것이다. 그러면서 다시 팀 내 불화설이 고개를 들었고, 김연경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생겼다. 그러나 상황은 또 한 번 반전됐다. 지난 10일 이재영·이다영의 과거 학교폭력 행위가 폭로된 것이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과오를 인정하는 내용을 담아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이런 논란 속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는 김연경의 인성이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과거 김연경이 여자배구 대표팀을 위해 나섰던 일부터 회자됐다. 대표팀은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꺾고 20년 만의 우승을 하고도 김치찌갯집에서 회식하는 '푸대접'을 받았다. 이때 김연경이 자신의 사비로 선수들을 고급레스토랑에 데려간 일화는 유명하다.
해외 생활 중이던 2018년에는 한국배구연맹(KOVO)이 의결한 샐러리캡 제도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당시 김연경은 남녀 선수의 샐러리캡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을 지적하며 제도가 점점 퇴보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런 제도라면 나는 한국 리그에서 못 뛰고 해외에서 은퇴를 해야 할 것 같다"고 쓴소리를 남겼다.
당시 KOVO가 발표한 샐러리캡 제도를 보면 남자부는 2018~2019시즌 25억원에서 이후 3년간 매년 1억원씩 인상키로 했고, 여자부는 2018~2019시즌 14억원에서 2년간 동결키로 했다. '여자선수 한 명의 연봉 최고액이 샐러리캡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까지 달았다.
현재 여자부의 샐러리캡이 23억원까지 오르긴 했지만 김연경은 연봉을 크게 삭감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김연경의 연봉이 구단 하나의 샐러리캡과 맞먹는 수준이지만 그는 과감히 후배들을 위해 연봉을 3억 5000만원으로 줄이고 흥국생명에 복귀했다.
김연경의 SNS도 주목받고 있다. 후배들을 위해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는 불화설이 제기된 지난해 말부터는 침묵했다. 나서기보다는 심경을 대변하는 글만을 올렸다. "좋은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돼", "Happiness is not about getting all you want. it is about enjoying all you have(행복은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갖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즐기는 것이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또 한 달 전에는 "내가 가고 싶은 방향대로 잘 가고 있는 거 맞지?", "당신이 살고 있는 삶을 사랑하라. 그리고 당신이 사랑하는 삶을 살아라"는 글 등으로 자신의 심경만 대변했을 뿐 맞대응은 없었다. 이른바 '할많하않', 즉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월드 클래스'로 불리는 김연경은 무대응을 최선의 방법으로 택한 것이다. 누군가를 원망하기보다는 홀로 삭이는 쪽을 택한 김연경의 인성에 팬들도 응원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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