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온 이재영·다영 쌍둥이 자매에게 나란히 핑크 유니폼을 입혔던 흥국생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최악의 오판이 됐다.
두 자매와 ‘배구여제’ 김연경을 영입한 흥국생명은 유일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 속에 화려하게 시즌을 시작했으나 학교폭력의 오명을 뒤집어쓴 지금은 더 이상 우승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4월14일 이재영·다영 자매와 FA 계약을 체결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이재영을 잔류시켰고, 현대건설에서 뛰던 국가대표 세터 이다영을 영입했다.
흥국생명은 이재영에게 연간 총액 6억원(연봉 4억·옵션 2억원), 이다영에게 총액 4억원(연봉 3억·옵션 1억원)을 안겼다. 지난해 6월에는 안전한 훈련 환경이 필요했던 김연경이 해외 리그를 포기하고 흥국생명에 복귀했다. 쌍둥이 자매와 ‘월드클래스’ 김연경을 모두 보유한 흥국생명은 단숨에 ‘절대 1강’의 지위를 얻었다.
그러나 최고를 자부하는 스타 선수들의 동거는 평화롭지 못했다. 이다영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곧 터지겠지, 곧 터질 거야, 내가 다 터트릴 거야’ 등 팀의 특정 선배를 저격하는 글을 잇따라 올려 팀 내분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배구계에는 쌍둥이 자매와 김연경의 관계가 좋지 않다는 말이 돌았다. 이다영은 경기 중에도 김연경보다는 언니 이재영에게 주로 공을 올려주는 모습을 보여 이런 소문에 확인 도장을 찍었다.
흥국생명은 불협화음 속에서도 V리그 4라운드 전승을 거두며 정규리그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지만 5라운드 중반 생각지도 못했던 폭로가 터졌다.
선배 선수의 ‘갑질’을 비난하고 ‘약자’의 억울함을 하소연하던 이다영의 소셜미디어 글이 역설적으로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고발을 이끌어내는 기폭제가 됐다. 지난 10일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재영·다영 자매의 학교폭력 전력을 공개하는 글이 올라왔고 그 파장은 일파만파로 확산됐다.
핵심 전력인 두 자매를 보호하려던 흥국생명은 결국 비판 여론에 항복하고 15일 두 자매에게 무기한 출전 정지 징계를 내렸다.
흥국생명은 2개의 기둥이 빠져나간 상태로 정규리그 7경기와 포스트시즌을 치러야 한다. 김연경이 남아있다고 하지만 조직력이 중요한 배구에서 김연경 홀로 승리를 일구는 것은 벅차다.
흥국생명은 최근 3연패에 빠졌고 2위 GS칼텍스에 승점 5점 차로 쫓기고 있다. 손에 넣은 듯했던 우승도 멀어질 공산이 커졌다. 올 시즌 두 자매에 투자한 1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