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가 이승엽·이대호보다 위?... 한국 최고 타자 순위는

449 0 0 2021-02-16 06:01:4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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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를 실력으로 줄 세우기 하는 것은 스포츠를 즐기는 또 다른 묘미다. 축구에선 차범근과 박지성, 손흥민을 놓고 이른바 ‘서열’을 가리는 ‘차박손’ ‘손차박’ 논쟁이 뜨겁다.

미국에서도 역대 최고 선수가 누구냐를 놓고 팬들끼리 격렬한 토론을 벌인다.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 최고 선수)’ 논쟁이 바로 그것인데 미국 팬들은 각자 생각하는 최고 선수에 ‘염소(goat) 아이콘’을 달곤 한다.

북미 4대 스포츠에서는 NBA(농구)는 마이클 조던, NFL(미식축구)은 톰 브래디, NHL(아이스하키)은 웨인 그레츠키가 각 종목의 ‘염소’로 꼽힌다. 물론 반박은 있지만 대체로 팬들의 합의가 이루어졌다.

NBA에선 르브론 제임스가 변수이긴 하다. 파이널에 6회 올라 6번 모두 우승하며 무결점 기록을 남긴 ‘농구 황제’ 조던에 도전장을 던진 르브론은 현재 파이널에 10번 올라 4번 정상에 올랐다. 르브론이 앞으로 2~3번 더 우승하고,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4만 득점을 돌파한다면 NBA의 ‘GOAT’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4대 스포츠 중 MLB(미 프로야구)가 가장 논쟁이 치열하다. 보통 많은 팬이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 선수로 베이브 루스를 뽑는다.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루스의 통산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은 182.5로 역대 최고다.

그 다음이 전설적인 두 투수인 월터 존슨(164.5)과 사이 영(163.8)이다. 하지만 전문가 중에선 역대 최고의 5툴 플레이어로 통하는 윌리 메이스를 ‘GOAT’로 꼽는 이들도 많다. 메이스의 통산 WAR은 156.2다. 

추신수는 확실한 GOAT


그렇다면 한국 야구는 어떨까. 타자만 꼽아본다면 최근 몇 년간 팬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말이 있다. ‘추·강·대·엽’이란 줄임말이다. 추신수(39)와 강정호(34), 이대호(39), 이승엽(45), 이 네 명이 한국 야구 역대 최고 타자이며 서열은 순서대로 추>강>대>엽이 된다는 뜻이다.

이렇게 순서가 매겨지는 데에는 누가 상위 리그에서 더 활약했느냐가 주요 근거가 된다. MLB(미국프로야구)>NPB(일본프로야구)>KBO(한국프로야구)라는 공식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어찌 됐든 추신수는 의심할 여지 없는 한국 야구의 ‘GOAT’로 꼽힌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6년간 뛰며 218홈런 782타점을 기록했다. 통산 OPS가 0.824에 달한다. 2009년과 2010년, 2013년엔 ’20-20 클럽'에 들었다. 2014시즌을 앞두고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3000만달러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것이 그의 가치를 잘 보여준다.

베이스볼레퍼런스가 집계한 추신수의 통산 WAR은 34.6으로 한국 선수로는 독보적인 1위(박찬호가 18.1, 류현진이 16.5)다. 아시아 선수 중에는 스즈키 이치로(59.7) 다음이다.

추신수까지는 반론이 거의 없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강정호는 추신수 다음으로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타자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네 시즌을 뛰며 46홈런 144타점을 쳤다. OPS는 0.796. 통산 WAR은 5.5다.

뛰어난 일본의 많은 내야수들이 메이저리그로 건너가 고전한 것을 감안하면 한국인 내야수로 메이저리그에서 이뤄낸 강정호의 성과는 분명히 큰 의미가 있다.

강정호가 이대호·이승엽보다 앞선다고 주장하는 것은 최상위 리그인 메이저리그 경력이 두 선수보다 훨씬 앞서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시즌(14홈런 49타점, WAR 0.1)만 뛰었고, 이승엽은 미국 무대 경험이 없다. 강정호는 KBO리그에서는 9시즌 동안 통산 139홈런 545타점을 기록했다. 2010년과 2012~2014년, 네 차례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이대호 vs. 이승엽


이대호와 이승엽은 KBO리그만 놓고 보면 이승엽이 앞선다. 둘 다 KBO리그 경력은 15년으로 같다. 15시즌 동안 이대호는 332홈런 1243타점, 이승엽은 467홈런 1498타점을 쳤다.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승엽의 KBO리그 통산 WAR은 72.21, 이대호는 56.75다. WAR로 따지면 타자 중엔 18시즌 동안 351홈런 1389타점을 친 양준혁이 87.22로 가장 높다.

2010년 타격 7관왕이란 대기록을 달성하며 리그 MVP를 수상한 이대호는 3차례 타격왕, 2차례 홈런·타점왕에 올랐다. 이승엽은 다섯 차례 리그 MVP를 받았고, 홈런왕 5회, 타점왕 4회의 영광을 안았다. 이대호는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는 반면 이승엽은 2002년과 2012~2014년, 네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꼈다. 이승엽은 한 시즌 최다 홈런(56개), 통산 최다 홈런·타점·득점 등의 전설적인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 리그 기록을 따져보면 이대호의 확실한 우위다. 이대호는 NPB에서 4시즌 동안 타율 0.293, 98홈런 348타점을 쳤다. 소프트뱅크에서 뛰던 2014·2015년엔 재팬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2015년엔 재팬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2012년엔 퍼시픽리그 타점왕과 1루수 부문 베스트 나인, 2015년에는 퍼시픽리그 지명타자 부문 베스트 나인에 들었다.

이승엽도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2005년 재팬시리즈 정상에 올랐고,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인 2009년에도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이승엽은 일본에서 뛴 7시즌 동안 타율 0.257, 159홈런 439타점을 올렸다. 그리고 이대호는 메이저리그를 한 시즌이라도 경험한 반면 이승엽은 미국 무대를 밟지 못했다. 

강정호는 두 李를 앞설까


물론 ‘추·강·대·엽’에 동의하지 않는 팬들도 많다. 특히 강정호가 이대호·이승엽에 앞선다는 데에 이의를 제기하는 팬들이 많다.

이승엽은 ‘국민 타자’, 이대호는 ‘조선의 4번 타자’로 불릴 만큼 한국 야구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선수들이다. 둘은 한국과 일본에서 꾸준히 활약하며 전설적인 기록을 쌓아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가 됐다. 아무리 강정호가 두 시즌가량 메이저리그에서 짧고 굵은 활약을 펼쳤다 하더라도 이승엽·이대호가 긴 시간 한국과 일본에서 쌓아올린 성과를 넘을 순 없다는 의견이다.

상징성이나 선수가 가진 위상까지 고려한다면 더더욱 강정호가 이승엽·이대호를 앞서기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더구나 강정호는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무렵 불미스런 음주운전 사고가 터지며 결과적으로 경력이 중단됐다.

이 서열 논쟁에 국가대표 경력까지 포함하면 또 얘기가 달라진다. 축구에서 ‘차박손’ 논쟁을 벌일 때 월드컵 등 국가대표 경력을 빼놓을 수 없듯 야구는 상대적으로 축구에 비해 국가대항전의 의미가 작다 하더라도 간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승엽과 이대호는 특히 숙적 일본을 상대로 두고두고 회자될 명장면을 남겼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 3~4위 결정전에서 8회말 마쓰자카를 상대로 2타점 2루타를 때려내며 한국에 동메달을 안긴 이승엽은 2006년 WBC 1라운드 한·일전에선 1-2로 뒤지던 8회초 역전 투런포로 승리를 이끌었다.

가장 빛난 순간은 2008 베이징올림픽. 극도의 부진을 겪다가 한·일전으로 펼쳐진 준결승에서 8회 2-2 균형을 깨는 결승 투런포를 때려 한국을 결승에 끌어 올렸다. 이승엽은 이어진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1회 2점 홈런을 터뜨려 한국이 3대2 승리로 금메달을 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대호도 국가대표로 참가한 대부분 대회에서 좋은 타격감을 선보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타율 0.360, 3홈런 10타점으로 우승 주역이 된 그는 2009 WBC에서도 5타점으로 준우승에 기여했다.

이대호의 하이라이트는 2015 프리미어12 준결승전. 일본의 신성 오타니 쇼헤이에 철저히 막혀 0-3으로 뒤진 한국은 9회초 4점을 뽑아내며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대호가 무사 만루에서 때려낸 2타점 적시타가 결승타가 됐다. 한국은 기세를 몰아 결승에서 미국을 8대0으로 대파하고 정상에 올랐다.

강정호도 국가대표로 뛰어난 성적을 남겼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13타수 8안타 3홈런 8타점으로 폭발했고,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14타수 5안타 2홈런 7타점으로 활약하며 두 대회 연속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이승엽과 이대호처럼 세계 대회에서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이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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