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풋볼] 이현호 기자 = 맨유 베테랑 골키퍼 리 그란트(38)가 골키퍼 장갑이 아닌 교체 번호판을 손에 쥐었다.
그란트는 1983년생 베테랑 골키퍼다. 더비 카운티에서 데뷔해 번리, 셰필드 웬즈데이, 스토크 시티에서 활약하다가 2018년 조세 무리뉴 감독의 부름을 받고 맨유로 이적했다. 당시 다비드 데헤아, 세르히오 로메로에 이어 세 번째 골키퍼 자리를 맡았다.
어느덧 감독이 올레 군나르 솔샤르로 바뀌었다. 그란트는 딘 헨더슨이 합류한 뒤 네 번째 골키퍼로 밀려났다. 그란트는 맨유에 합류한 지 2년 반이나 됐지만 리그컵, 1경기, 유로파리그 1경기에만 출전했다. 올 시즌 출전 기록은 0이다.
잊혀가던 그란트가 중계화면에 잡혔다. 22일 오전 4시(한국시간) 맨체스터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5라운드 맨유-뉴캐슬전에서 그란트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맨유는 2-1로 앞서가던 후반 25분에 앙토니 마르시알을 빼고 메이슨 그린우드를 투입했다. 후반 44분에는 다니엘 제임스, 마커스 래쉬포드를 불러들이고 후안 마타, 숄라 쇼타이어를 넣었다. 그란트는 맨유의 교체장면에서 잠깐 얼굴을 비췄다.
그란트의 역할은 교체 번호판을 들고 소속팀 선수들을 교체시키는 일이었다. 원래는 대기심이 하던 업무지만 최근부터 EPL에서는 교체하는 팀 코치가 이 업무를 맡고 있다. 그 이유는 "코로나19 감염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선수, 심판, 코치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당 팀 코치가 교체 번호판을 들기로 했다"고 적시되어 있다.
그렇다고 해도 왜 굳이 그란트가 교체 번호판을 들었을까. 그란트는 이날 '맨유 선수'가 아닌 '맨유 코치'로 나왔기 때문에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이날 맨유 선발 골키퍼는 데 헤아, 후보 골키퍼는 헨더슨이었다. 하지만 팬들이 보기에는 그란트의 대기심 체험이 생소했을 터. 영국 '기브미 스포츠'는 "오랫동안 볼 수 없었던 그란트가 대기심으로 나오자 맨유 팬들이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어 팬들의 반응을 소개했다. 한 팬은 "그란트는 여러 직업이 있다. 백업 골키퍼, 코치, 대기심, 요정(크리스마스 파티에서 요정 분장을 했다.)"이라고 표현했다. 또 다른 이는 "지금껏 본 적 없었던 장면이다. 백업 골키퍼가 교체 번호판을 들고 있잖아"라며 폭소했다. 일부 팬들은 "그란트는 주급 3만 파운드(약 4650만 원)를 받으면서 기껏 교체 번호판이나 들고 있어"라고 비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