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지형준 기자]3회말 수비를 마치고 KIA 이의리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jpnews@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이의리 공이 뭐가 얼마나 좋은지 궁금해서…."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성대한 은퇴식 및 영구결번식을 가진 '한화의 레전드' 김태균(39)은 은퇴 후 딱 한 번 후회를 했다고 털어놓았다.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KIA 좌완 신인 이의리(19) 때문이었다.
김태균은 "은퇴를 후회한 적이 딱 한 번 있다. 방송 해설을 하면서도 말했는데 시즌 초반 이의리 공이 워낙 좋을 때였다. 그때 한 번 은퇴하지 않고 (이의리의) 공을 쳐봤으면 어땠을까 싶었다. 뭐가 얼마나 좋은지 궁금했다. 후회라고 하긴 그렇고 조금 아쉬웠다"고 말했다. 선수 대 선수로 승부하지 못한 아쉬움의 표현. 이제 막 데뷔한 신인 선수에겐 최고의 극찬이었다.
김태균의 코멘트를 본 이의리는 “한국의 레전드이신데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이미 은퇴를 하셔서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올해 1차 지명으로 KIA에 입단한 이의리는 시범경기부터 2경기 7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예사롭지 않은 잠재력을 뽐냈다. 개막부터 선발 로테이션에 들어간 그는 4월 4경기에서 1승에 그쳤지만 22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2.42 탈삼진 25개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5월 들어 성장통을 겪었다. 4경기에서 16⅔이닝을 던지며 볼넷 14개로 제구가 급격히 흔들렸다. 승리 없이 1패만 안은 채 평균자채점 7.56으로 고전했다. 그 사이 신인 투수 이승현(삼성), 내야수 안재석(두산), 2년차 투수 오원석(SSG) 등이 새롭게 두각을 나타내며 신인왕 경쟁자로 떠올랐다.
[OSEN=박준형 기자]1회말 KIA 선발투수 이의리가 역투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2일 대전 한화전에서 6월 첫 등판을 앞둔 이의리에 대해 "스트라이크존을 다시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5월에는 존을 찾지 못한 모습을 자주 보였다. 워낙 좋은 구위를 갖고 있지만 패스트볼 커맨드를 잡아야 성공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주문했다. 이의리도 “공은 충분히 좋았는데 버리는 볼이 많았고, 생각도 많아지면서 한 달간 고전했다”고 돌아봤다.
이날 이의리는 5이닝 3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 역투를 펼쳤다. 1회 2사 1,2루를 실점 없이 막은 이의리는 2회 김민하에게 안타와 도루를 허용한 뒤 허관회에게 희생플라이로 맞아 1점을 줬지만 유일한 실점이었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수비 실책도 있었지만 흔들리지 않고 5회까지 버텨 35일, 5경기 만에 시즌 2승째를 수확했다.
총 투구수는 78개로 스트라이크 46개, 볼 32개. 최고 150km 직구(38개) 외에 체인지업(22개) 슬라이더(16개) 커브(2개)를 구사했다. 시즌 초반처럼 강렬한 투구는 아니었지만 팀이 3연패에 빠진 상황에서 무너지지 않고 버틴 능력이 빛났다. 윌리엄스 감독은 "이의리가 볼넷 3개를 내줬지만 강약 조절을 잘하며 매우 좋은 피칭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이로써 이의리는 올 시즌 2승 모두 한화를 상대로 거뒀다. 지난 4월28일 광주 한화전에서 6이닝 2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데뷔 첫 승을 따낸 바 있다. 올해 한화전 2경기에서 11이닝 5피안타 4볼넷 13탈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0.82. 그는 한화전 강세에 대해 “다음 경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야구에 만약은 없지만 김태균이 은퇴하지 않고 이의리와 대결했다면 어땠을까. 참고로 이의리의 롤모델 양현종(텍사스)을 상대로 김태균은 통산 75차례 맞붙어 60타수 18안타 타율 3할 4홈런 14볼넷 12삼진으로 강했다. /waw@osen.co.kr[OSEN=대전, 지형준 기자]한화 김태균이 몸을 풀며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2021.05.29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