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김광현 2021.06.26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이상학 기자] 마이크 쉴트(53)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은 김광현(33)을 얼마나 믿는 걸까. 감독의 냉정한 결정에 김광현이 또 5회를 채우지 못했다. 김광현 대신 올라온 투수가 결승점을 내주면서 세인트루이스는 5연패 늪에 빠졌다.
김광현은 2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1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4⅓이닝 7피안타 1볼넷 1탈삼진 4실점을 기록하며 승패 없이 물러났다. 지난 4월24일 신시내티 레즈전 시즌 첫 승 이후 10경기째 승리을 거두지 못했다. 두 달 넘게 승리 가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즌 평균자책점도 3.98로 올랐다.
기록보다 아쉬운 건 벤치의 믿음이다. 이날 김광현은 1~2회 실점 없이 막은 뒤 3회 안타 3개와 볼넷 1개에 폭투가 겹쳐 4실점했다. 2사 2,3루에서 필립 에반스에게 맞은 2타점 적시타가 아쉬웠다. 세인트루이스 우익수 라스 눗바가 앞으로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으나 글러브 안을 맞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충분히 잡을 수 있는 타구가 안타로 이어쳐 추가 2실점했다. 2점으로 끝낼 수 있는 이닝이 4실점으로 불었다.
하지만 4회를 실점 없이 막고 안정을 찾은 김광현은 5회 첫 타자도 투수 땅볼 처리했다. 그 순간 쉴트 감독이 즉시 투수 교체를 알리고 마운드에 올라갔다. 투구수는 70개. 5회는 물론 6회까지 가능한 투구수였지만 교체가 이뤄졌다.
어쩌다 한두 번이 아니다. 올해 12번의 선발등판 중 5회를 넘기지 못한 게 이날이 벌써 6번째. 그 중 5경기가 3실점 이하로 막고 있던 상황이었다. 특히 6월 4경기 중 3경기에 5회를 넘기지 못했다. 완전히 무너지지도 않았는데 자꾸 조기 교체를 한다.
이날 교체 상황은 상대 타자자 키브라이언 헤이스라는 점이 고려됐다. 헤이스는 이날 2타석 연속 안타 포함 김광현에게 통산 5타수 4안타 1홈런으로 강하다. 하지만 1사에 주자 없는 상황, 투구수가 70개로 여유 있었다는 점에서 쉴트 감독의 교체 선택은 정석을 벗어났다.
[사진] 김광현 2021.06.26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 후 쉴트 감독은 "3회 4실점이 아니더라도 그 상황에 김광현을 교체했을 것이다. 피츠버그 우타자들이 전반적으로 김광현 공을 잘 쳤다"고 교체 이유를 밝혔다. 김광현에 대한 신뢰에 대해선 "그를 믿지만 상황에 따라 길게 갈 수도, 짧게 갈 수도 있다. 감독의 상황 판단에 따라 다르다"며 애매모호한 답변을 했다.
결과마저 실패로 돌아갔다. 김광현 대신 올라온 제이크 우드포드는 헤이스를 7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1루에 걸어보냈다. 이어 브라이언 레이놀스의 땅볼 타구를 잡은 유격수 에드먼도 소사가 주자 태그를 시도하다 넘어지면서 1,2루 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제이콥 스탈링스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결승점을 내눴다. 우드포드는 아웃카운트 하나 못 잡은 채 데뷔 첫 패전투수의 멍에를 썼다.
1점차 승부가 이어지면서 세인트루이스는 라이언 헬슬리(1이닝) 제네시스 카브레라(1⅔이닝) 앤드류 밀러(1⅓이닝) 지오바니 가예고스(⅔이닝) 등 주축 불펜까지 소모했다. 김광현을 너무 일찍 교체한 여파. 그러도고 4-5로 패해 5연패에 빠졌다. 당장 27일 경기까지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쉴트 감독의 선택은 두고두고 악수가 될 수도 있다.
세인트루이스는 김광현을 조기 교체했을 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지난 5일 신시내티전 3이닝 47구 3실점 중이던 김광현을 교체하고 패했고, 그 다음 3경기도 더 지면서 6연패를 당했다. 21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 더블헤더 2차전도 김광현이 4이닝 47구 1실점으로 호투했지만 5회 타석 때 대타로 교체된 뒤 팀은 0-1로 졌다. 그 이후 이날까지 4경기를 내리 패한 세인트루이스는 또 5연패하며 36승40패로 5할 승률에서 멀어졌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로 1위 밀워키 브루어스와 격차도 7경기로 벌어졌다.
에이스 잭 플래허티의 부상 이탈과 마일스 마이콜라스의 복귀 지연, 카를로스 마르티네스의 부진 등 선발진 악재로 가뜩이나 불펜 부담이 큰데 그나마 로테이션을 돌고 있는 김광현을 자꾸 못 믿는다. 쉴트 감독의 거듭된 악수가 세인트루이스의 추락을 부채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