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유로 2020 결승전이 열린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잉글랜드의 일부 팬들이 동양인 한 명을 집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2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20 결승전에서 잉글랜드가 이탈리아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패했다. 두 팀은 120분 간 1-1로 팽팽한 균형을 유지했고, 이후 돌입한 승부차기에서 잉글랜드가 2-3으로 패하면서 첫 우승 도전이 물거품 됐다.
웸블리 스타디움 곳곳에서는 경기 전부터 크고 작은 소동이 발생했다. 티켓을 소지하지 않은 팬 수백 명이 바리게이트를 밀어내고 무단으로 경기장에 침입했고, 이 과정에서 팬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면서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영국 '더 선'은 12일 "흥분한 팬들이 웸블리 스타디움 복도에서 격렬한 싸움을 벌였다. 싸움이 시작된 이유는 불분명하다"면서 "달아나는 어린 소년을 향해 주먹질을 하거나, 여러 사람이 한 사람에게 무차별적으로 발길질을 하는 충격적인 영상도 공개됐다"라고 보도했다.
웸블리 스타디움 내에서 일어난 소동을 취재하던 카일 글렌 기자는 자신의 SNS를 통해 영상을 게재하면서 "오늘 밤 웸블리에서 믿을 수 없는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어린 소년이 주먹질을 당했고, 여러 명이 중동 출신으로 보이는 동양인 한 명을 둘러싸고 발로 머리를 가격했다. 역겨운 행동이다"라며 혼란에 빠졌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전했다.
뒤늦게 발견한 보안 요원이 부랴부랴 폭행을 말리면서 상황이 종료됐지만, 일부 팬들은 계속해서 고함을 치며 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폭행 원인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티켓을 소지하지 않은 채 무단으로 경기장에 침입한 것에 분노해 폭행이 발생한 것이라는 의견과 동양인을 향한 인종차별적 행동이라는 의견 등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경찰 조사도 시작됐다. 경찰은 "우리는 이 사건을 인지하고 조사하고 있다. 이 영상과 관련해 정보를 알고 있는 사람은 연락주길 바란다"며 사건을 정확하게 파악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