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교토국제고 '고시엔' 돌풍... 일본 우익 '생트집'

553 0 0 2021-08-27 13:45:4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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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참가한 일본고교야구대회서 준결승 진출 '쾌거'
 

▲  교토국제고의 제103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준결승 진출을 보도하는 NHK 갈무리.
ⓒ NHK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등학교의 돌풍에 일본 야구계가 들썩이고 있다.

교토국제고는 6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에 있는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3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8강에서 쓰루가케히고를 3-2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했다.

경기가 열리는 고시엔 구장의 이름을 따서 흔히 고시엔으로 불리는 이 대회는 일본 야구 유망주들에게는 꿈의 무대다. 올해도 전국 3600개의 고교 야구팀이 참가했고, 이 가운데 치열한 지역 예선을 통과한 49개 팀만이 본선에 올랐다.

본선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영광이고, 우승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일본 유력 일간지 <아사히신문>이 주최하고, 공영방송 NHK가 전국에 생중계할 정도로 일본 열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대회로 손꼽힌다. 봄과 여름 대회로 나뉘지만, 보통 고시엔이라고 하며 여름 대회를 가리키며 더 높은 권위를 자랑한다.

교토국제고는 지난 3월 열린 봄 고시엔에서 외국계 고교로는 처음으로 참가해 16강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더니, 지금 열리고 있는 여름 고시엔에서는 준결승까지 진출하며 내친김에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야구 명문'으로 거듭난 교토국제고
 

▲  교토국제고의 제103회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준결승 진출을 보도하는 <아사히신문> 갈무리.
ⓒ 아사히신문


재일 동포 자녀들을 위한 민족 교육기관으로 1947년 교토조선중학교로 개교한 이 학교는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정식 인가를 받았다. 학생이 급감해 운영난을 겪기도 했지만,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으며 재일 동포는 물론이고 일본인과 제3국 학생들도 입학해 지금의 교명처럼 이름처럼 국제고로 거듭났다.
 
1999년이 되어서야 만들어진 교토국제고 야구부는 일본 고교야구의 변방에 불과했지만, 학교 측의 집중 육성에 힘입어 강팀으로 거듭났다. 소네 가이세(히로시마 도요 카프), 우에노 교헤이(니혼햄 파이터스), 하야 신노스케(소프트뱅크 호스크) 등 프로 선수도 대거 배출했다. KBO리그 두산 베어스의 내야수 신성현도 이 학교 출신이다.

이번 대회에서도 교토국제고의 에이스 투수로 활약하며 팀을 이끌고 있는 모리시타 류다이는 벌써부터 일본프로야구 구단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금방 끝날 것 같던 교토국제고의 돌풍이 준결승까지 이어지자 한일 양국 언론이 모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일본 언론에서는 교토국제고의 활약 덕분에 한국에서도 고시엔이 화제가 되고 있다며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일본 우익들 "일본해를 동해로? 지원 끊어야"
 

▲  일본 교토국제고 교가를 방송하는 일본 고시엔 대회 생중계 방송 갈무리.
ⓒ 일본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그러나 한국에 뿌리를 둔 교토국제고의 돌풍에 일본 우익들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트집을 잡고 나섰다. 고시엔은 경기 시작 전 대결을 벌일 두 학교의 교가가 연주되고, 경기가 끝나면 승리한 학교의 교가를 한 번 더 연주한다. 이는 NHK 생중계를 통해 고스란히 전파를 탄다.

일본 우익들이 문제를 삼는 것은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한국어로 된 교토국제고의 교가 가사다. NHK가 자막에서 일본의 명칭인 '일본해'가 아니라 가사에 있는 그대로 '동해'로 번역한 것 때문이다. 논란이 되자 NHK는 "교가 가사의 일본어 번역은 학교 측이 제공한 것"이라는 설명을 달았지만, 일본 우익들의 공세는 계속되고 있다.

일본 최대 포털사이트 <야후재팬>에는 교토국제고의 교가는 물론이고 학교를 헐뜯는 일본 우익 누리꾼들의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다.
 

"일본의 교과서는 일본해로 가르치는데, 이를 동해로 부르는 학교에 일본 정부가 왜 재정 지원을 하는지 모르겠다. 일본인의 세금으로 왜 한국의 주장을 인정해줘야 하는가?" (kat ***** )

"학교 이름은 국제고인데, 왜 교가는 한국어인가? 교가 가사는 반일 정서까지 느껴진다" (nam *****)


교토국제고가 있는 교토 지역은 고시엔 우승팀을 배출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에 들떠 있다. 하지만 일본 우익의 공세도 갈수록 거세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러자 중요한 대회를 치르고 있는 어린 선수들을 스포츠와 상관 없는 일로 괴롭히지 말라는 자성도 목소리도 나온다.

출발은 재일 동포였지만, 지금은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함께 뛰고 있는 교토국제고의 돌풍은 과연 어디까지 이어질까. 준결승을 앞둔 교토국제고의 고마키 모리츠구 감독은 NHK에 "이제부터는 실력보다 누가 더 강한 의지를 갖고 나오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며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의지로 나서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교토국제고의 준결승 경기는 오는 28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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