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한국시간) LA 다저스전에서 고의볼넷만 3번 얻은 샌디에이고 내야수 제이크 크로넨워스. [스포티비뉴스=고유라 기자]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16이닝 혈투가 '헛심'으로 돌아갔다.
샌디에이고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2021 메이저리그 LA 다저스와 홈경기에서 16회까진 간 접전 끝에 3-5로 패했다. 지난해 승부치기가 도입된 뒤 14회 이상 경기는 처음이었다.
무려 5시간 49분의 긴 싸움이었다. 다저스는 9명, 샌디에이고는 8명의 투수를 썼고 총 출장 선수는 다저스가 23명, 샌디에이고가 24명이었다. 다저스는 그나마 승리라도 건졌지만, 샌디에이고는 상처 뿐인 패배를 안았다.
샌디에이고는 2회 선취점을 낸 뒤 선발 블레이크 스넬이 7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으면서 1-0 리드를 이어갔다. 그러나 7이닝 동안 106구를 던진 스넬이 8회에도 올라왔다가 1사 후 윌 스미스에게 동점 솔로포를 맞았다. 경기를 꼬이게 한 첫 번째 선택이었다. 결국 경기는 연장으로 향했다.
10회 승부치기 때 샌디에이고는 2루주자로 들어가야 하는 포수 오스틴 놀라 대신 김하성을 2루에 놓고 공격을 시작했다. 그러나 2사 2,3루에서 투수 대신 대타로 들어간 빅터 카라티니가 삼진으로 물러나 득점에 실패했다.
11회초 수비로 들어가면서 제이스 팅글러 샌디에이고 감독은 일반적이지 않은 교체를 했다. 팅글러 감독은 카라티니를 그대로 투수 자리였던 9번에 포수로 두고 5번 자리에 있던 김하성 대신 투수 팀 힐을 기용했다. 이후 샌디에이고 투수들은 계속 5번 자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두 번째 오판이었다. 다저스는 12회말 트렌트 그리샴이 번트에 실패한 뒤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삼진으로 물러나 2사 2루가 되자 매니 마차도, 제이크 크로넨워스를 고의볼넷으로 줄줄이 내보내 2사 만루를 채웠다. 다음 타석을 상대할 자신이 있었기 때문.
야수 자원을 다 쓴 샌디에이고는 5번 투수 자리에 쓸 대타가 없었다. 결국 대타로 투수 조 머스그로브가 나와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12회 역시 2사 3루가 되자 마차도, 크로넨워스가 똑같이 고의볼넷으로 나갔고 대타로 나선 투수 라이언 웨더스는 투수 땅볼로 아웃되며 찬스를 날렸다.
샌디에이고는 15회말 타티스 주니어의 극적인 2점홈런으로 3-3 동점을 맞췄으나, 마차도가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나자 다저가 망설임 없이 크로넨워스를 고의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다음 타자는 투수 대니얼 카마레나. 그는 루킹 삼진으로 아웃됐다.
5번 타자가 야수였다면 상대가 3번과 4번 타순을 계속 고의볼넷으로 출루시키는 일은 없었을 것. 샌디에이고는 이 때문에 마차도와 크로넨워스를 전혀 쓰지 못하고 고전했다. 이날 샌디에이고 타자들이 얻은 고의볼넷만 8개였다. 16회까지 갈 줄 모르고 너무 일찍 야수들을 교체한 까닭에 '5번타자 투수'의 비극이 시작됐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AJ 카사발 기자는 "마차도와 크로넨워스는 뒤에 있는 투수 타석 때문에 기회를 얻지 못 했다. 크로넨워스는 고의볼넷만 3번이었다.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을 5번에 두고 차라리 8번 타순의 아담 프레이저를 투수로 교체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팅글러 감독은 경기 후 왜 그런 교체를 했는지 묻는 질문에 빙빙 돌려서 대답했다. 두 번째로 질문하자 '우리는 그냥 그대로 갔다. 득점을 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것 또한 질문에 정확한 대답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