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경향]
김연경이 6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인터뷰 화면 캡처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4강 기적을 일군 김연경(33·중국 상하이)이 올림픽 종료 후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올림픽에 대한 소회와 향후 계획을 밝혔다.
김연경은 6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올림픽을 하면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경기마다 했다. 지금 얘기해도 닭살이 돋을 정도로 경기가 시작되고 끝날 때마다 감회가 남달랐다”고 돌아봤다.
김연경은 올림픽에서 후배들을 이끌고 도미니카공화국, 일본, 터키 등 강호를 차례로 격파하며 4강에 올랐다.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어 기어이 역전승을 거두는 대표팀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감동과 환희를 선사했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전 작전타임 때 김연경이 동료들에게 “해보자, 해보자, 후회 없이”라고 강조했던 것은 김연경의 투혼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김연경은 “올림픽이 끝났을 때 ‘내가 후회없이 했구나’ 느낄 만큼 열심히 하고 싶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그 점을 상기시켜줄 필요가 있어서 그런 말을 했다”며 “이슈가 돼서 부끄럽다”고 말했다.
요즘 김연경은 가는 곳마다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그는 “올림픽 때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았다. 어제는 보쌈집에서 보쌈을 먹는데 누가 ‘고생하셨어요’하며 계산을 하셨다”며 “‘올림픽이 이렇게 크구나, 열심히 하니까 이런 게 나한테 돌아오는구나’ 느꼈다”고 말했다.
대중적 인지도와 호감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광고 계약도 줄을 잇고 있다. 경기 중 욕설을 자주 해 ‘식빵 언니’라는 별명을 얻은 김연경이 드디어 식빵 광고 모델이 됐다. 김연경은 “빵은 다른 데 가서 드시지 말고 꼭 내 얼굴이 있는 제품으로 드시기 바란다. 빵 속에 들어있는 내 스티커도 모아서 간직하시기 바란다”며 넉살을 피웠다.
김연경은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당장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김연경은 “조금씩 부상도 생기고, 1년 내내 대표팀 훈련과 시즌을 톱니바퀴처럼 돌다보니 이제는 버겁다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미래의 대표팀에 대해 “청소년 등 어린 선수 육성이 중요하다. 눈앞에 놓인 경기가 아닌, 올림픽을 목표로 삼고 4년 계획을 짜서 선수들을 육성하고 준비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표팀의 차세대 주전 레프트로는 이번 올림픽에서 함께 뛰었던 현대건설 정지윤을 꼽았다. 김연경은 “정지윤은 잠재력이 있고 우리 나라 선수들이 갖지 못한 파워풀한 공격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정지윤은 아직 1도 시작하지 않았다. 10까지 가려면 갈 길이 멀다”며 “앞으로 힘든 날이 있을 것이고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연경은 돌아오는 시즌부터 다시 해외로 무대를 옮긴다. 그는 “중국 시즌 이후에 대해선 결정한 게 없다. 이번 올림픽 최우수선수(MVP) 조던 라슨(미국)이 연락이 와서 미국에서 뛸 생각이 없냐고 하고, 유럽에서도 몇 구단 얘기가 있긴 하다”며 “이탈리아 리그를 경험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긴 하지만 결정한 건 없다. 중국 시즌이 끝나면 잘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연경은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은퇴 얘기가 나오니까 내가 아예 선수를 은퇴한 줄 아시는데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지금 기량을 유지하면서 선수생활 하는 동안은 꾸준히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며 “‘김연경이 아직까지도 잘하는구나’ 이런 얘기 들을 수 있도록 몸 관리 잘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