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왼쪽)과 라바리니 감독.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선수 마음은 바뀌기 마련이지. 국가대표 진짜 은퇴할 거야?"
'월드클래스' 선수를 바라보는 감독의 마음은 누구나 똑같다. 가능하다면 더 오랫동안 함께 하길 원한다.
김연경(33·상하이 브라이트)을 향한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의 속내도 마찬가지다. 라바리니 감독이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을 맡은데는 김연경의 존재감이 절대적이었다.
김연경은 6일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감독님이 내 국가대표 은퇴에 대해 여러차례 아쉬움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선수들은 항상 은퇴를 생각하지만, 또 마음이 바뀌기도 하니까. '진짜 (국가대표)은퇴할 거냐'고 매주 한번씩은 물어보신 것 같다. '넌 정말 좋은 선수이자 좋은 사람이다. 해외로 진출한 대단한 선수가 지금까지 대표팀에서 어린 선수들을 이끌고 희생하는 모습이 대견하다'는 말도 해주셨다. 감동적이었다."
2019년부터 대표팀을 지도해온 라바리니 감독의 임기는 도쿄올림픽까지였다. 대한민국배구협회는 올림픽 4강 진출이라는 기대 이상의 쾌거를 거둔 라바리니 감독과의 재계약을 추진중이다. 협회 측은 "라바리니 감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에 임한 김연경하지만 도쿄올림픽은 김연경에겐 17년간 함께 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는 '라스트 댄스'였다. "후회없이 해보자"는 김연경의 외침이 선수들의 열정에 불을 질렀고, 한국은 일본과 터키를 연파하고 4강에 진출했다. 특히 김연경은 8강행의 최대 고비였던 일본전 승리를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으며 "5세트에 12-14로 지던 경기를 뒤집지 않았나. 말로 표현할 수 없이 기뻤다"고 회상했다.
이제 내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3년 뒤 파리올림픽에 대한 생각은 미련없이 털어냈다. 김연경을 시작으로 그간 그와 함께 대표팀을 이끌어온 양효진과 김수지 역시 대표팀에 작별을 고했다. 한국 여자배구로선 새로운 도전의 시기를 맞이한 셈.
김연경은 "라바리니 감독님 이후 대표팀 운영이 체계적으로 변했다"고 강조했다. 전엔 매년 감독이나 코칭스태프가 바뀌고, 잦은 부상으로 인해 멤버도 자주 바뀌면서 호흡을 맞추기 어려웠다는 것. 그는 "목표가 올림픽이라면, 4년간의 장기 육성 플랜을 세우고 선수들을 준비시켜야한다"면서 "대표팀의 보다 발전된 연습 시스템을 청소년이나 유소년에도 도입, 보다 체계적으로 선수들을 키워야한다"고 강조했다.
김연경(왼쪽)과 라바리니 감독.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김연경은 4년만에 상하이 복귀 시즌을 치른다. 중국 슈퍼리그는 오는 11월 약 2달간 단축 시즌으로 치러진다.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MVP였던 조던 라슨(미국)과 같은 팀에서 호흡을 맞추게 됐다. 김연경은 "라슨이 새로 리그가 생긴 미국에서 뛸 생각은 없냐고 묻더라. 미국도 좋고, (원래 뛰던)터키도 좋고, 한번쯤 이탈리아에서 뛰어보고픈 생각도 있다. 결정된 것은 없다"며 차후 행선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대표팀을 떠났을 뿐 김연경은 엄연한 현역 선수다. 가능한 오랜 시간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는 게 목표.
하지만 이제 미래를 생각할 나이다. 그간은 해외에서의 경험을 국내 배구계에 전하는 지도자가 되고자 했다. 이제 시야가 보다 넓어졌다. 배구계를 종합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스포츠 행정가의 꿈도 꾸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입증된 스타성을 발판으로 방송계 진출도 노린다. 김연경은 "하고 싶은게 많다. 나도 내 미래가 궁금하다"며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