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손흥민(29·토트넘)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황의조(29·보르도)마저 풀타임 출전이 어려울 정도로 컨디션이 떨어졌다. 이른바 혹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이들을 지난 이라크전에서 선발 풀타임 출전시켰던 파울루 벤투(52·포르투갈) 감독의 선택도 도마 위에 오르게 됐다.
손흥민은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차전을 앞두고 엔트리에서 빠졌다. 대한축구협회는 경기 2시간여 전 "손흥민이 우측 종아리 근육 염좌로 엔트리에서 제외됐다"고 알렸다.
그가 대표팀 소집 이후 부상 때문에 엔트리에서 아예 빠진 건 벤투호 출범 이후엔 처음이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이 이끌 당시 이적 절차나 소속팀과 출전 합의 등으로 한 경기만 치른 뒤 영국으로 돌아간 적은 있었지만, 부상 때문에 엔트리에서 제외된 적은 없었다. 결국 손흥민은 이날 관중석에서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손흥민뿐만이 아니었다. 이날 한국의 선발 라인업엔 황의조의 이름도 빠졌다. 그가 월드컵 예선을 무대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건 지난 2차예선 당시 피파랭킹 200위권 밖인 최약체 스리랑카전 2경기뿐이었다. 최종예선이라는 무대의 중요성, 그리고 손흥민마저 결장한 가운데 핵심 원톱인 그를 빼고 조규성(23·김천상무)에게 A매치 데뷔전 기회를 준 건 이례적이었다.
그나마 황의조는 후반전 시작과 동시에 교체로 출전했지만 끝내 공격 포인트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선발에서 제외된 데다 몸마저 무거워 보였던 배경에 대해 벤투 감독은 "황의조는 45분 이상을 뛸 몸 상태가 아니었다"고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설명했다. 컨디션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A조 2차전에 교체로 출전해 경합 중인 황의조. /사진=대한축구협회문제는 공교롭게도 손흥민과 황의조 모두 이미 '혹사 논란'에 휩싸인 선수들이라는 점이다. 손흥민은 외국에서도 혹사의 사례로 언급될 만큼 대표팀과 소속팀을 오가며 혹사 논란이 이어져 왔다. 앞서 2020 도쿄올림픽 당시 김학범 감독이 손흥민을 와일드카드 뽑지 않은 가장 큰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황의조 역시 마찬가지였다. 소속팀은 물론 벤투호의 핵심 공격수로 자리 잡으면서 꾸준히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갔다. 지난여름엔 심지어 와일드카드로 올림픽까지 소화했다. 시즌을 마치고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 채 그는 이미 2021~2022시즌에 돌입한 상태였다.
자연스레 이번 최종예선을 앞두고 유럽파들의 컨디션은 중요한 이슈가 됐다. 더구나 손흥민과 황의조는 대표팀 소집일보다 하루 늦게 입국해 시차 적응이나 경기 준비 시간이 짧았다. 물론 최종예선인 만큼 전력의 핵심인 이들의 기용은 불가피한 면이 있었겠지만, 출전 시간 조절 내지는 선발 대신 교체 투입 등 컨디션 관리가 필요한 시점임은 분명했다. 그런데도 벤투 감독은 둘 모두 선발 풀타임 출전시켰다. 결과적으로 승리도 놓치고, 이들의 컨디션마저 악화가 됐다.
이후 벤투 감독은 지난 6일 레바논전 사전 기자회견에서 "유럽파들이 잘 회복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번에는 이들이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를 맞이할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정작 결과는 손흥민의 레바논전 부상 결장과 황의조의 선발 제외, 그리고 45분 출전으로 이어졌다. 선수 보호와 관리가 더 절실했을 지난 이라크전 벤투 감독의 고집, 그리고 대표팀의 오판이 결국 더 큰 화로 이어진 셈이다. 그 여파가 자칫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 쓰라린 결과이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한국은 권창훈(27·수원삼성)의 결승골에 힘입어 레바논을 1-0으로 꺾고 2경기 만에 첫 승을 신고했다. 한국은 오는 10월 7일 시리아와 3차전을 치른 뒤, 12일 이란 원정길에 오른다.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레바논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B조 2차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보고 있는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