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페르난데스. 스포츠동아DB
눈에 보이는 지표만 놓고 보면 생산력은 분명 평균 이상이다. 하지만 체감되는 위압감은 그리 강렬하지 않다. 최근에는 타점보다 병살타를 쌓는 페이스가 더 빠르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3·두산 베어스)가 올해 병살타 관련 불명예 기록 3개를 갈아 치울 기세다.
페르난데스는 14일까지 100경기에서 타율 0.310(381타수 118안타), 12홈런, 63타점을 기록했다. 최다안타 타이틀을 석권했던 지난 두 시즌에 비해 정교함은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리그 평균 이상의 외국인타자임은 분명하다.
문제는 병살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아직 일정 4분의 3도 소화하지 못했는데, 벌써 24개다. 2위인 팀 동료 허경민(16개)과 차이도 크다. 산술적으로는 지난해 자신이 세웠던 단일시즌 병살타 1위(26개)를 넘어 역대 최초 30병살타도 가능하다.
외국인선수 최초로 2년 연속 20병살타도 넘었다. KBO리그 공식통계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역대 2년 연속 20병살타는 종전 김한수(2003~2004년), 이대호(2011~2017년·해외진출 5년 제외), 유강남(2018~2019년)뿐이다.
여기에 2년 연속 최다 병살타 불명예를 달성한다면, 이 역시 KBO리그 최초다. 올해 병살타 관련 불명예 기록 3가지를 동시에 쓰게 되는 것이다.
걸음이 느린 데다 극단적 시프트가 걸리는 좌타자임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의 병살타는 숙명이다. KBO리그에 데뷔한 2019년에도 16개로 적지 않았고, 지난해에는 26개로 1위에 올랐다. 하지만 올해는 그 페이스가 더욱 가파르다. 상대팀들이 좀더 공격적인 시프트를 걸기 시작하면서 가장 큰 피해자로 꼽힌다.
자연히 누적 지표도 상당하다. 역대 외국인타자 최다 병살타는 한화 이글스에서 뛰었던 제이 데이비스로, 7시즌 동안 80개를 기록했다. 그런데 페르난데스는 아직 3시즌을 온전히 채우지 못했음에도 66개로 이 부문 2위다. 타이론 우즈, 클리프 브룸바(이상 5시즌 62개), 틸슨 브리또(6시즌 54개) 등을 이미 넘어섰다.
수비와 주루에 대한 기대치가 없기 때문에 타격에서 온전히 힘을 보여줘야 한다. 그나마도 장타를 치는 유형이 아니기 때문에 누구보다 많이 살아 나가줘야 기대치를 달성하게 된다. 하지만 올해 페르난데스는 앞선 두 시즌보다 덜 생산적인 타자다. 갈 길 바쁜 두산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