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 키케 에르난데스(32)가 결국 주전 유격수 자리를 내놓았다. 리그 최다 실책으로 불안한 수비를 이어가자 보다 못한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MLB.com’을 비롯해 현지 언론에 따르면 코라 감독은 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전을 앞두고 “이제 에르난데스는 주전 유격수가 아니다. 1루수 트리스턴 카사스의 출장 시간도 줄어들 것이다”고 밝히며 “우리는 수비적으로 더 나아져야 한다. 그게 핵심이다”고 강조했다.
이날 콜로라도전에서 카사스는 지명타자로 들어갔고, 에르난데스는 선발에서 빠져 벤치를 지켰다. 파블로 레예스가 유격수로, 저스틴 터너가 1루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코라 감독은 “우리는 최고의 수비진을 구성했다. 야구에 관한 책이 있다면 첫 번째 규칙이 ‘수비가 나쁘면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그게 우리가 내린 결론이다”고 말했다.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5위(33승35패)로 최하위인 보스턴은 올 시즌 30개 구단 중 두 번째로 많은 48개의 실책을 저질렀다. 특히 새로운 주전 유격수로 발탁된 에르난데스가 14개를 범했다. 리그 최다 실책 선수로 유격수 포지션에서 모두 기록했다. 포구는 괜찮지만 송구가 너무 불안했다.
지난 20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에르난데스는 2015년부터 LA 다저스로 옮겨 내외야 7개 포지션을 넘나드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활약했다. 중견수, 2루수로 출장 비율이 높았지만 올해는 보스턴 팀 사정상 유격수로 시작했다.
보스턴은 지난해까지 간판 유격수였던 잰더 보가츠를 잃었다. 보가츠는 FA 자격을 얻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11년 2억8000만 달러에 계약하며 보스턴을 떠났다. 당초 유격수 경험이 풍부한 2루수 트레버 스토리가 보스턴의 대안이었지만 1월에 팔꿈치 수술을 받는 바람에 전반기에는 출장이 어려워졌다.
이후 보스턴 지역 언론에서 연일 김하성(샌디에이고)을 트레이드로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보스턴은 에르난데스를 주전 유격수로 발탁한 뒤 트레이드로 아델베르토 몬데시, FA로 장위청 등 백업 자원을 영입하며 유격수 뎁스를 채웠다.
지난해까지 유격수로 통산 64경기 선발출장이 전부였지만 에르난데스는 “주전 유격수로 뛰는 것을 평생 기댜려왔다. 난 유격수로 성장했고,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이다. 새로운 도전이 기대된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에르난데스의 OAA(Outs Above Average, 평균 대비 아웃카운트 처리)는 -7로 유격수 중 27위에 그쳤다. 유격수 출신 코라 감독은 “에르난데스는 좋은 팔과 메카닉을 갖고 있지만 오른쪽 플레이에 어려움을 겪었다. 노력이 부족했던 건 아니다”며 “에르난데스에게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말했다. 당분간 2루수, 중견수 자리에서 플레잉 타임을 가질 것이다. 경기 후반 대타로도 쓸 수 있다”고 밝혔다.
보스턴은 당분간 레예스에게 유격수를 맡기면서 부상에서 돌아올 대만인 내야수 장위청의 복귀를 기대하고 있다. 장위청은 지난 4월말 왼손 유구골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17경기 타율 1할3푼6리(44타수 6안타)에 그쳤지만 3홈런 8타점으로 장타력을 뽐내며 유격수로 91이닝 무실책을 기록했다. 120피트 캐치볼을 시작한 스토리도 7월에 지명타자로 먼저 복귀한 뒤 8월 유격수 수비 복귀를 목표로 재활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