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C인삼공사가 준결승 진출의 희망을 살렸다. 강점인 공격력과 높이를 마음껏 뽐냈다.
KGC인삼공사는 31일 구미 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23 구미·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도로공사를 세트 스코어 3-0(25-14, 25-14. 27-25)으로 이겼다. 고의정이 양팀 통틀어 최다인 15점을 올렸다. 이선우(10점)와 정호영(9점)은 블로킹을 각각 4개씩 잡아냈다.
1승 1패를 기록한 KGC인삼공사는 도로공사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이번 대회는 조별리그 상위 2개 팀이 4강에 오른다. KGC는 2일 페퍼저축은행(2패)과 최종전을 치른다.
KGC는 이번 컵대회 다크호스로 꼽혔다. 최근 치른 연습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였다. 고희진 감독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외국인선수로 아웃사이드 히터 지오바나 밀라나를 뽑으면서 '스피드 배구'를 천명했다. 세터 염혜선이 포인트였다. 국가대표팀에서 빠른 배구를 경험하긴 했지만, 염혜선이 흔들리지 않아야만 가능한 전술이었다.
첫 실전이었던 29일 컵대회 1차전에서 KGC는 참패를 당했다. 현대건설 상대로 힘도 못 써보고 0-3으로 졌다. 고희진 감독은 "첫 경기라 과긴장한 것 같다. 두 번째 경기니까 연습했던 대로만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이숙자 코치가 염혜선의 멘털 담당이다. 본인도 답답해 한다. 코칭스태프스로선 염혜선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이틀 전과 달리 출발이 좋았다. 현대건설전에선 1세트 두 번의 공격이 실패한 뒤 염혜선은 더블컨택트 범실까지 했다. 하지만 도로공사전에선 시작과 함께 미들블로커 박은진의 득점을 이끌었다. 8-4 테크니컬 작전 타임을 만드는 동안 공격 성공률은 100%. 박은진 홀로 4득점을 기록했다.아웃사이드 히터들의 리시브가 잘 됐고, 염혜선의 패스도 정확했다. 그러자 KGC인삼공사의 강점인 공격력이 살아났다. 중앙과 양 날개를 골고루 쓰면서 도로공사 코트를 공략했다. 아포짓으로 나선 고의정은 고비 때마다 오픈 공격을 터트렸다. 범실이 많이 나오긴 했지만 블로킹 싸움에서 완승을 거둔 KGC인삼공사는 1, 2세트에서 모두 10점 차 이상 승리를 거뒀다.
도로공사는 3세트에선 멤버를 대폭 바꾸며 분위기를 바꿨다. KGC가 달아나도 차근차근 따라붙었다. 도로공사 특유의 끈질긴 수비가 여러 차례 나왔다. 19-22로 몰린 상황에선 전새얀의 공격 이후 배유나가 두 차례 연속 오픈공격으로 동점을 만들었다. KGC는 듀스 끝에 웃었다. 이예솔의 퀵오픈과 정호영의 블로킹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염혜선은 "첫 경기 때 허무하게 무너져서 자책도 하고, 실망도 했다. 연습한 걸 못 보여주면 안 되기 때문에 좀 더 각성해서 하자는 말을 많이 했다. 리시브가 잘 돼서 편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양 사이드가 낮기 때문에 찢는 플레이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첫 경기에 대해선 "잘 할 수 있었던 거 같은데 한 두 개 안 돼서 흔들린 것 같다"고 했다. 스피드 배구에 대해선 "빨리 해야 하지만, 정확하게 해야 한다. VNL에 다녀와서 늦게 합류했는데, 우리 선수들이 이미 적응이 된 상태였다. 정교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염혜선은 "'소영이가 없으면 어쩌나'란 생각보다, 이럴 때일수록 잘 하자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고희진 감독은 "선수들이 경기 리듬을 찾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아쉬웠던 점은 리베로 임명옥을 피해 때리려다 나갔다는 거다. 이 리듬이면 그래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혜선이가 좋은 경기력을 가지고 있는데, 스스로 흔들리고 외부의 시선을 신경쓰는 편이다. 가장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할 수 있도록 하겠다. 책임은 코칭스태프가 지고, 신나게 배구할 수 있게 돕겠다"고 말했다.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상대 높이가 높아서 위압감을 느낀 것 같다. 세터 안예림이 경험이 없다 보니 자신있는 플레이를 가져가지 못해 아쉽다. 상대가 배유나만 막으려고 붙어 있는데, 반대 쪽으로 쏴야 했다. 그러다보니 김세인에게 공이 많이 몰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