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com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달러에 계약했다는 소식을 메인 페이지에 게재했다. 사진=MLB.com 캡처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리드오프 중견수로 기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포츠조선 DB[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상상을 초월하는 파격 대우다.
이정후가 역대 KBO리그 출신 최고의 대우를 받고 메이저리그 입성했다.
MLB.com은 13일(이하 한국시각)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KBO 스타의 큼직한 타격을 받아들기로 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정후와 6년 계약에 합의했다. 구단은 이를 확인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총액 1억1300만달러(약 1485억원)에 4시즌 후 옵트아웃 권리가 설정됐다'고 보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의 예상 행선지 가운데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 구단이다. 최근 후안 소토와 트렌트 그리샴, 두 명의 외야수를 뉴욕 양키스로 트레이드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적극적으로 달려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정후의 선택은 당초 예상대로 샌프란시스코였다.
계약 총액이 현지 매체들이 예상한 수준을 훨씬 웃돌아 이정후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주요 매체들이 제시한 이정후의 예상 계약 규모를 보면 ESPN 5년 6300만달러, 디 애슬레틱 4년 5600만달러, 팬 그래프스 4년 6000만달러, MLBTR 5년 5000만달러, 존 헤이먼 기자 4년 6000만달러 등이다.
총액은 물론 평균 연봉(883만달러)도 이들 매체의 예상치를 훌쩍 뛰어 넘었다.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와 맺은 6년 1억1300만달러는 아시아 출신 선수의 메이저리그 입단 조건으로는 다나카 마사히로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금액이다. 스포츠조선 DB류현진이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맺은 KBO 출신 역대 최고 계약 기록인 6년 3600만달러의 3배가 넘고, 일본인 타자 요시다 마사타카가 지난 겨울 보스턴 레드삭스와 맺은 5년 9000만달러와 비교해도 총액과 평균 연봉에서 모두 앞선다. 아시아 출신 선수의 메이저리그 입단 조건으로 다나카 마사히로(2014년 뉴욕 양키스, 7년 1억5500만달러)에 이어 2위, 야수로는 1위다.
총액 1억달러 이상의 대우를 받고 빅리그 유니폼을 입은 아시아 선수는 다나카와 이정후 뿐이다. 물론 현재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 구단들과 입단 협상 중인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최소 2억달러를 확보한 것으로 보여 이정후는 3위로 밀려날 수 있다.
눈여겨볼 대목은 옵트아웃 조항이다. 이정후는 4시즌을 마치면 계약을 해지하고 FA가 될 수 있다. 자신의 활약상을 보고 더 좋은 계약을 찾아 시장에 나갈 수 있다는 얘기다.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는 포스팅 피(posting fee), 즉 이적료로 1882만5000달러를 챙기게 됐다.
피트 퍼틸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단장이 지난 10월 10일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키움과 삼성의 경기를 지켜보다 이정후가 대타로 들어서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퍼틸라 샌프란시스코 단장과 이정후.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에 필사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디 애슬레틱은 '그들이 원했던 FA 쟁탈전에서 늘 2위에 그쳤던 샌프란시스코는 여유를 부릴 시간이 없었다. 슈퍼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절망의 고통을 겪는 팀 냄새를 귀신같이 맡는 사냥개나 다름없다'면서 '자이언츠 구단이 오타니가 시장에서 공식적으로 사라진 날 이정후에 재빨리 방향을 돌렸다는 건 놀랄 일이 아니다. 그리고 보장 금액이 전문가들 예상을 뛰어넘는 1억1300만달러라는 것도 놀라운 게 아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의 타깃 FA 순위에서 이정후가 오타니 다음이었다는 얘기다. 오타니는 지난 10일 10년 7억달러에 LA 다저스와 계약했다.
ESPN도 '샌프란시스코가 오타니 쇼헤이를 놓친 직후 이정후와 계약했다'고 전했다.
이정후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평가는 주로 '맞히는 능력(ball-to-bat skill)'에 모아진다. ESPN은 '이정후의 컨택트 능력은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것이다. 오픈스탠스로 치는 그는 최근 2년 동안 삼진 비율이 5.4%에 불과했다. 이 수치는 KBO가 18.2%, 메이저리그는 22.7%'라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그가 중견수로 꽤 수비를 잘할 수 있는 스피드를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른 스카우트들은 타격에 부담을 줄 수 있겠지만, 우익수로 쓸 수도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ESPN은 '대부분의 팀들은 이정후를 주전으로 보고 있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그가 상위타선에 포진해 평균 이상의 출루율과 타율 3할을 치는 것이다. 메이저리그 스타로 떠오른 김하성이 그랬던 것처럼 적응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신임 감독. AP연합뉴스샌프란시스코 피트 퍼틸라 단장이 올시즌 막판 고척스카이돔을 찾아 부상에서 돌아온 이정후의 복귀전을 지켜보면서 이번 계약은 예견된 것이나 다름없다. 고위 관계자를 한국에 파견한 메이저리그 구단은 사실상 샌프란시스코 밖에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출루율이 좋은 좌타 외야수를 찾고 있었다.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신임 감독은 최근 2년 동안 샌디에이고에서 김하성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은 사령탑이다. 이정후에 대한 신뢰감이 높은 상태에서 내년 시즌을 시작할 공산이 크다.
CBS스포츠는 지금 시점에서의 샌프란시스코 라인업을 중견수 이정후-2루수 타이로 에스트라다, 1루수 라몬트 웨이드 주니어, 지명타자 윌머 플로레스, 우익수 마이크 야스트렘스키, 3루수 JD 데이비스, 좌익수 마이클 콘포토, 포수 패트릭 베일리, 유격수 마르코 루시아노 순으로 예상했다. 멜빈 감독의 구상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