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은 김하성(28)과 제이크 크로넨워스(29)을 향한 시장의 상반된 시선에 속을 태우고 있다.
이번 오프시즌 샌디에이고는 최근 몇 년간 공격적인 영입으로 비대해진 총연봉 줄이기를 제1과제로 삼았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의 샌디에이고 담당 기자 데니스 린에 따르면 샌디에이고 구단은 2024년 1차 사치세 기준인 2억 3700만 달러보다 훨씬 밑인 2억 달러 이하로도 과감하게 팀 연봉 삭감할 계획이다. 그러면서 린은 "김하성과 크로넨워스는 잠재적인 트레이드 후보"라고 말했다. 김하성과 크로넨워스 모두 비교적 손쉽게 대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트레이드 후보군에 올랐다. 샌디에이고 최고 야수 유망주 잭슨 메릴(20)이 데뷔를 앞두고 있고, 1루와 2루는 어느 정도 싼 값의 선수들로 대체 가능하다.
샌디에이고 입장에서 가장 트레이드가 필요한 선수는 크로넨워스다. 크로넨워스는 2023년 시즌 시작을 앞두고 7년 800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체결했는데 미국 연봉 통계 사이트 스포트랙에 따르면 이는 샌디에이고 총연봉에 5.07%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사치세에는 1150만 달러가 잡혀 그를 내보내기만 해도 샌디에이고는 부담을 덜게 된다.
하지만 정작 보내야 될 크로넨워스의 트레이드 관련 소문은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협상이 불발된 후 좀처럼 들리지 않고 있다. 갈수록 떨어지는 성적이 첫 번째 이유다. 크로넨워스는 2020년 탬파베이에서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된 뒤 빅리그에 데뷔해 54경기 타율 0.285, OPS(출루율+장타율) 0.831을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신인왕 2위에 올랐다. 2년 차인 2021년에는 152경기 동안 21개의 홈런과 OPS 0.800을 기록하며 올스타에 선정됐다.
이후가 문제였다. 2022년 17개의 홈런을 친 것은 좋았으나, 타율 0.239, OPS 0.722로 성적이 크게 떨어졌고 올해는 127경기 타율 0.229, 10홈런 OPS 0.689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7년 계약이 내년 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각 구단 입장에서 크로넨워스는 가성비가 크게 떨어지는 선수였다. 또 다른 매체 MLB트레이드루머스는 "크로넨워스는 트레이드하기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만 29세의 그는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고 7년 8000만 달러(약 1036억 원)의 계약을 남겨두고 있어 대부분의 구단이 선호하지 않는 매물로 여기고 있다"고 설명했다.샌디에이고의 속이 더 타는 건 함께 매물로 내놓은 김하성의 인기가 오히려 폭발적이라는 점이다. 사실 김하성 트레이드는 샌디에이고 입장에서 급하지 않다. 2021년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 계약을 맺은 김하성은 어느덧 계약 마지막 해를 앞두고 있다. 2025년 뮤추얼 옵션(상호 합의 조항)이 실행된다 해도 2년 1400만 달러로 골드글러브 수비를 자랑하는 내야수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김하성은 샌디에이고에 가성비 넘치는 선수다.
크로넨워스를 트레이드하고 김하성을 2년간 쓴다면 최고의 시나리오겠으나, 이미 많은 구단이 김하성을 눈독 들이고 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유력지에서만 나온 것만 추려도 샌프란시스코와 보스턴 레드삭스가 김하성을 노린다. 지난 20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샌프란시스코는 샌디에이고의 김하성과 밀워키의 윌리 아다메스를 유격수 옵션으로 꼽았다"고 전했다. 지난 21일에는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이 "샌디에이고가 내야수 김하성을 포함한 여러 선수들에 대한 트레이드 제안을 받고 있다. 김하성은 수비적으로나 계약적인 측면에서나 보스턴에 완벽하게 어울릴 것"이라고 밝혔다.
크로넨워스와 정반대로, 갈수록 오르는 성적과 저렴한 연봉 규모는 트레이드칩으로서 김하성의 주가를 상한가 치게 했다. 샌디에이고 관련 팬사이트에서도 크로넨워스보단 김하성 홍보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미국 팬 칼럼니스트 사이트인 팬사이디드의 샌디에이고 관련 '프라이어스 온 베이스'는 25일 김하성을 트레이드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5가지 패키지를 소개했다. 샌프란시스코, 보스턴,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토론토, 뉴욕 메츠 등 2루가 필요한 팀들을 후보로 골랐는데 바라는 대가가 상당했다.대표적으로 실제 트레이드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에는 투·타 겸업 유망주 브라이스 알드리지(19), 포수와 외야를 동시에 볼 수 있는 블레이크 사볼(25), 외야 유망주 루이스 마토스(21)를 요구했다. 알드리지는 샌프란시스코가 올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6번으로 지명한 선수로 MLB.com 기준 팀 내 4위에 올라와 있다. 마토스 역시 올해 빅리그에 빠르게 올라온 대형 유망주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팀 내 3위 유망주였다. 사볼의 경우 올해 빅리그에 데뷔해 포수와 외야를 소화하면서 로스터 운영에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해준 알짜 선수다.
샌프란시스코가 저대로 내놓을 리는 없으나, 미국 현지에서도 올해 1라운드 신인과 톱 유망주를 포함할 만큼 김하성의 가치를 높게 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프라이어스 온 베이스'는 "김하성은 지난 시즌 내야 중앙에서 엘리트 수비수였고 2021년 KBO리그에서 넘어온 후 최고의 공격력을 보여주며 큰 활약을 펼쳤다. 그는 2024년 700만 달러를 받으며, 2025년에는 뮤추얼 옵션이 있다. 올해 활약을 고려했을 때 김하성은 트레이드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샌디에이고는 그를 트레이드 매물로 올려놓은 것으로 보이며, 이미 몇 개 구단이 관심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