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비 알론소(왼쪽에서 둘째) 레버쿠젠 감독이 15일 홈구장 라커룸에서 선수들에게 우승 축하 맥주 세례를 받고 있다. 알론소는 부임한 지 2시즌 만에 ‘만년 준우승 팀’이란 조롱에 시달리던 레버쿠젠을 분데스리가 정상으로 이끌었다. /AP 연합뉴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빨간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이 경기장 안으로 쏟아져 나왔다. 금세 7140㎡(약 2160평) 그라운드를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웠다. 안전 요원들도 막는 시늉만 할 뿐 눈감아 줬다. 독일 축구팀 레버쿠젠이 1904년 창단한 지 120년 만에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선수와 팬, 감독 할 것 없이 다 함께 얼싸안고 맥주를 뿌리며 눈물을 흘렸다.
레버쿠젠은 15일 리그 홈경기에서 브레멘을 5대0으로 완파했다. 29경기 무패(25승4무)를 질주한 레버쿠젠(승점 79)은 2위 바이에른 뮌헨(승점 63)과 격차를 승점 16으로 벌리며 남은 5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뮌헨의 분데스리가 12연패(連覇) 독식 역시 막아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레버쿠젠 구단 이미지는 ‘패배자’에 가까웠다. 별명은 비제쿠젠(Vizekusen). ‘둘째’라는 뜻의 비제(Vize)에 레버쿠젠을 합친 멸칭이다. 2001-2002시즌 분데스리가, DFB포칼(독일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전부 준우승에 그친 뒤로 레버쿠젠은 준우승의 상징이 됐다. 절대 우승은 못 한다는 뜻의 ‘네버쿠젠(Neverkusen)’이라는 별명도 있다. 실제로 이번 우승을 거두기 전 모든 공식 대회 중 레버쿠젠 우승은 31년 전인 1992-1993시즌 DFB포칼뿐이었다. 1993년 뒤로 준우승만 9번이었다.
레버쿠젠 우승 기반은 2022년 부임한 단장 지몬 롤페스(42)가 쌓아 올렸다. 선수 시절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레버쿠젠에서 10년을 뛰고 은퇴해 행정가로 변신했다. 레버쿠젠 유소년 단장(2018~2019), 스포츠디렉터(2019~2022)를 거쳐 단장(2022~)에 올랐다.
롤페스가 어린 나이에 단장에 오른 비결은 뛰어난 안목이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미드필더가 된 카이 하베르츠(25·아스널), 현 레버쿠젠 주축이 된 플로리안 비르츠(21)는 전부 롤페스가 유소년 단장으로 있을 때 키워낸 선수들이다. 롤페스 레이더망에 들어온 건 사비 알론소(43) 감독이었다. 알론소는 선수 시절 경기를 읽는 능력으로 유명했지만 감독으로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2022년엔 레알 소시에다드 B팀(2군) 감독으로서 3부 리그 강등 책임을 지고 사임한 뒤 야인으로 지내고 있었다.
15일 우승 감격을 즐기는 레버쿠젠 팬들. /AFP 연합뉴스
롤페스는 2022-2023시즌을 시작하기에 앞서 1부 리그 팀을 한 번도 이끌어 본 적 없던 알론소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 롤페스는 “알론소의 축구는 누구보다 지능적”이라고 했다. 알론소는 첫해인 2022-2023시즌 리그 6위, UEFA 유로파 리그 4강으로 이끌면서 자질을 드러냈다. 알론소가 지휘력을 내보이자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등 유수 클럽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알론소는 본인을 믿어준 레버쿠젠과 의리를 지키면서 2026년까지 남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올 시즌 120년 만의 우승을 선물했다.
선수를 보는 눈도 일품이었다. 롤페스가 지난해 여름을 앞두고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그라니트 자카, 빅터 보니페이스를 영입했다. 이들은 레버쿠젠 주축으로 거듭난 데 이어 올 시즌 분데스리가 베스트 11을 노리고 있다. 이적생들이 보란 듯이 기량을 뽐내자 울리 회네스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이 “모든 영입이 성공할 수는 없다.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롤페스는 “운이 아니다. 2019년 그리말도를 보러 리스본으로 갔었고, 보니페이스 역시 직접 봤다”고 반박했다. 레버쿠젠의 약진은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와 감독을 일찍이 눈여겨본 성과였다.
레버쿠젠은 리그 우승에 만족하지 않는다. DFB포칼에서 결승까지 올라 다음 달 26일 카이저슬라우테른을 상대로 2관왕에 도전한다. UEFA 유로파 리그에선 8강 1차전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2대0으로 물리쳐 4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만약 레버쿠젠이 리그에서 남은 5경기에서도 패배하지 않는다면 분데스리가 처음으로 무패 우승을 달성한 팀이 된다. 최강팀 뮌헨도 이뤄내지 못한 성과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이날 “네버쿠젠은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Neverkusen is never more)”고 썼다.
종료 휘슬이 울리자 빨간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은 관중들이 경기장 안으로 쏟아져 나왔다. 금세 7140㎡(약 2160평) 그라운드를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메웠다. 안전 요원들도 막는 시늉만 할 뿐 눈감아 줬다. 독일 축구팀 레버쿠젠이 1904년 창단한 지 120년 만에 처음으로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 짓는 순간. 선수와 팬, 감독 할 것 없이 다 함께 얼싸안고 맥주를 뿌리며 눈물을 흘렸다.
레버쿠젠은 15일 리그 홈경기에서 브레멘을 5대0으로 완파했다. 29경기 무패(25승4무)를 질주한 레버쿠젠(승점 79)은 2위 바이에른 뮌헨(승점 63)과 격차를 승점 16으로 벌리며 남은 5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우승을 확정했다. 뮌헨의 분데스리가 12연패(連覇) 독식 역시 막아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레버쿠젠 구단 이미지는 ‘패배자’에 가까웠다. 별명은 비제쿠젠(Vizekusen). ‘둘째’라는 뜻의 비제(Vize)에 레버쿠젠을 합친 멸칭이다. 2001-2002시즌 분데스리가, DFB포칼(독일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 리그에서 전부 준우승에 그친 뒤로 레버쿠젠은 준우승의 상징이 됐다. 절대 우승은 못 한다는 뜻의 ‘네버쿠젠(Neverkusen)’이라는 별명도 있다. 실제로 이번 우승을 거두기 전 모든 공식 대회 중 레버쿠젠 우승은 31년 전인 1992-1993시즌 DFB포칼뿐이었다. 1993년 뒤로 준우승만 9번이었다.
레버쿠젠 우승 기반은 2022년 부임한 단장 지몬 롤페스(42)가 쌓아 올렸다. 선수 시절 2005년부터 2015년까지 레버쿠젠에서 10년을 뛰고 은퇴해 행정가로 변신했다. 레버쿠젠 유소년 단장(2018~2019), 스포츠디렉터(2019~2022)를 거쳐 단장(2022~)에 올랐다.
롤페스가 어린 나이에 단장에 오른 비결은 뛰어난 안목이었다. 지금은 세계적인 미드필더가 된 카이 하베르츠(25·아스널), 현 레버쿠젠 주축이 된 플로리안 비르츠(21)는 전부 롤페스가 유소년 단장으로 있을 때 키워낸 선수들이다. 롤페스 레이더망에 들어온 건 사비 알론소(43) 감독이었다. 알론소는 선수 시절 경기를 읽는 능력으로 유명했지만 감독으로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2022년엔 레알 소시에다드 B팀(2군) 감독으로서 3부 리그 강등 책임을 지고 사임한 뒤 야인으로 지내고 있었다.
15일 우승 감격을 즐기는 레버쿠젠 팬들. /AFP 연합뉴스
롤페스는 2022-2023시즌을 시작하기에 앞서 1부 리그 팀을 한 번도 이끌어 본 적 없던 알론소와 2년 계약을 체결했다. 롤페스는 “알론소의 축구는 누구보다 지능적”이라고 했다. 알론소는 첫해인 2022-2023시즌 리그 6위, UEFA 유로파 리그 4강으로 이끌면서 자질을 드러냈다. 알론소가 지휘력을 내보이자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 등 유수 클럽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알론소는 본인을 믿어준 레버쿠젠과 의리를 지키면서 2026년까지 남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올 시즌 120년 만의 우승을 선물했다.
선수를 보는 눈도 일품이었다. 롤페스가 지난해 여름을 앞두고 알레한드로 그리말도, 그라니트 자카, 빅터 보니페이스를 영입했다. 이들은 레버쿠젠 주축으로 거듭난 데 이어 올 시즌 분데스리가 베스트 11을 노리고 있다. 이적생들이 보란 듯이 기량을 뽐내자 울리 회네스 바이에른 뮌헨 명예회장이 “모든 영입이 성공할 수는 없다. 운이 좋았던 것”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롤페스는 “운이 아니다. 2019년 그리말도를 보러 리스본으로 갔었고, 보니페이스 역시 직접 봤다”고 반박했다. 레버쿠젠의 약진은 주목받지 못하던 선수와 감독을 일찍이 눈여겨본 성과였다.
레버쿠젠은 리그 우승에 만족하지 않는다. DFB포칼에서 결승까지 올라 다음 달 26일 카이저슬라우테른을 상대로 2관왕에 도전한다. UEFA 유로파 리그에선 8강 1차전에서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잉글랜드)를 2대0으로 물리쳐 4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만약 레버쿠젠이 리그에서 남은 5경기에서도 패배하지 않는다면 분데스리가 처음으로 무패 우승을 달성한 팀이 된다. 최강팀 뮌헨도 이뤄내지 못한 성과다. 분데스리가 공식 홈페이지는 이날 “네버쿠젠은 이제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Neverkusen is never more)”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