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선발이라고 하면 위축된다. 내가 주전이 되지 말라는 법 없다. 대체 선발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로테이션 도는 주전 선수라고 생각하니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
KIA 타이거즈 황동하가 데뷔 첫 승을 따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전 선수라는 당당한 마음가짐이 있었다.
황동하는 18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KBO리그 정규시즌 NC 다이노스와 원정경기에 KIA의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18일 창원 NC전에서 데뷔 첫 승을 올린 KIA 황동하. 사진=김영구 기자KIA 황동하는 18일 창원 NC전에서 쾌투했다. 사진=KIA 제공시작은 좋지 못했다. 1회초 터진 최형우의 2타점 우전 적시 3루타로 2점의 득점 지원을 안고 1회말 마운드에 올랐지만, 실점을 피하지 못했다. 손아섭(좌익수 플라이), 서호철(삼진)을 차례로 잠재웠으나, 박건우에게 좌전 2루타를 맞은 뒤 맷 데이비슨에게 좌중월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의 대형 투런포를 헌납했다. 이어 권희동에게도 중전 안타를 내줬지만, 김성욱을 1루수 플라이로 묶으며 추가 실점은 하지 않았다.
2회말 들어 황동하는 안정을 찾았다. 박세혁(중견수 플라이)과 김주원(2루수 땅볼), 도태훈(우익수 플라이)을 상대로 차분히 아웃카운트를 늘리며 이날 자신의 첫 삼자범퇴 이닝을 완성했다. 3회말에는 손아섭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했지만, 서호철을 우익수 플라이로 이끌었고, 박건우도 삼진으로 솎아냈다. 이때 포수 한준수의 도움을 받아 2루 도루를 시도하던 손아섭마저 잡아내며 이닝을 끝냈다.
침묵하던 KIA 타선은 4회초 득점 행진을 재개했다. 이우성, 김선빈의 볼넷과 한준수의 중전 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만루에서 박찬호의 2루 방면 강한 땅볼 타구가 최수원 2루심의 발에 맞았다.
야구규칙 5.06(c) 6항에 따르면 ‘내야수(투수 포함)에게 닿지 않은 페어 볼이 페어 지역에서 주자 또는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및 내야수(투수 제외)를 통과하지 않은 페어볼이 심판원에게 맞았을 경우 - 타자가 주자가 됨으로써 베이스를 비워줘야 하는 각 주자는 진루한다’고 돼 있다. 그렇게 공식 기록은 2루 방면 내야 안타로 남았고, 그 사이 3루주자 이우성은 홈을 밟았다.
KIA 타선의 집중력은 지속됐다. 계속된 무사 만루에서 김도영의 3루 방면 타구가 절묘하게 NC 서호철의 글러브를 맞고 튀었다. 그 사이 김선빈이 득점했고, 최원준의 병살타에는 한준수마저 홈을 파고들었다.
타자들의 득점 지원에 마음 편히 던진 KIA 황동하. 사진=KIA 제공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황동하는 4회말 데이비슨에게 사구를 범했지만, 권희동과 김성욱을 나란히 중견수 플라이로 막아냈다. 이어 박세혁에게는 중견수 방면 2루타를 맞았지만, 김주원을 낫아웃으로 처리해 실점하지 않았다.
이후 5회말에도 마운드에 오른 황동하는 도태훈과 손아섭을 각각 삼진, 2루수 땅볼로 잠재웠다. 서호철에게는 볼넷을 내줬으나, 박건우를 우익수 플라이로 유도, 이날 자신의 임무를 마쳤다.
최종 성적은 5이닝 5피안타 1피홈런 2사사구 4탈삼진 2실점. 총 98개의 볼을 뿌렸는데, 이는 황동하 개인 통산 최다 투구 수였다. 종전 기록은 지난 3일 광주 한화 이글스전에서 기록한 95구였다.
황동하는 이날 패스트볼(43구)을 가장 많이 활용했으며, 슬라이더(35구), 포크(15구), 커브(5구) 적절히 섞었다. 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46km까지 측정됐다.
이후 KIA가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7-2로 승리함에 따라 황동하는 데뷔 첫 승의 감격을 누리게 됐다.
경기가 끝나고 이범호 KIA 감독은 “황동하의 데뷔 첫 승을 축하한다”며 “오늘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볼넷을 (많이) 주지 않았던 것이 5이닝까지 던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된 것 같다”고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황동하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 이범호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18일 경기가 끝나고 만난 KIA 황동하. 사진(창원)=이한주 기자황동하는 “(승리 투수 요건을 갖췄을 때) 약간 얼떨떨했다. 지난번에도 첫 승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내려왔는데, 역전이 됐다. 이번에도 동점이나 역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며 “고등학교 때 투수 시작하고 나서부터 계속 이런 상황을 많이 생각했다. 좋은 상상을 하면서 운동하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밝은 미소를 지었다.
2022년 2차 7라운드 전체 65번으로 KIA의 부름을 받은 황동해는 지난해 1군에 데뷔해 13경기(31.1이닝)에서 3패 평균자책점 6.61을 기록했다.
올해에는 한층 더 성장했다.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 지난달에는 잠시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좌완 이의리가 부상으로 빠지며 선발진에 합류했다.
5월 성적도 무난했다. 3일 한화전(5이닝 3실점)과 12일 광주 SSG랜더스전(더블헤더 1차전·5이닝 1실점) 모두 잘 던졌다. 단 아쉽게 승리만은 따내지 못했다.
올해 들어 한층 성장한 KIA 황동하. 사진=KIA 제공그리고 마침내 이날 첫 승을 올린 황동하는 “형들이 첫 승은 쉽게 하는 게 아니라 했다. 우여곡절 끝에 하는 거라 했다”며 “저는 그냥 다 경험이라 생각했다. (승리를 해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비시즌 진행됐던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 라인 베이스볼 센터에서의 배움은 황동하에게 큰 힘이 됐다. 그는 자연스럽게 투구 밸런스를 다잡았고, ‘스위퍼’라는 새 무기도 얻었다.
황동하는 “비시즌 운동을 제대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사람들이 비시즌이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미국 가서 코치님들이랑 같이 운동하면서 맞춰온 부분이 잘 된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투수를 시작한 지 이제 좀 많이 됐지만, 전문적으로 배웠다고는 할 수 없다”며 “그때 가서 교정도 많이 받고 변화구의 디테일이나, 던지는 방법 같은 것도 배웠다. 잘 배워 왔더니 투수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감격의 첫 승 순간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아버지였다. 황동하는 “아버지가 제일 많이 생각난다”며 “항상 새벽 5~6시에 나가셔서 그 다음날 새벽 2시에 들어오신다. 얼굴을 잘 못 본다. 아버지가 그렇게 열심히 사시니 저도 동기 부여를 받는다. 효도를 하고 싶어서 잘 던진 것 같다. 빨리 연락을 드려야 할 것 같다”고 남다른 효심을 자랑했다.
현재는 대체 선발이지만, 황동하는 절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미 마음은 당당한 주전 선수다.
그는 “대체 선발이라고 하면 위축된다. 내가 주전이 되지 말라는 법 없다. 대체 선발이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로테이션 도는 주전 선수라고 생각하니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목소리에 힘을 줬다.
KIA 황동하의 활약은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까. 사진=KI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