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메이저리그 첫 시즌이 막을 내렸다.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18일(이하 한국시간) 이정후의 왼쪽 어깨 부상 상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했다. 구단은 "이정후가 LA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를 만났고 어깨 수술 권유를 받았다. 찢어진 관절와순을 치료하기 위해 수술을 받는다"고 알렸다. 시즌 아웃이다. 샌프란시스코는 19일 이정후를 10일 짜리 부상자 명단(IL)에서 60일 짜리 IL으로 옮겼다.
파르한 자이디 야구 운영 부문 사장에 따르면 이정후의 수술은 2~3주 내로 예정되어 있으며, 6개월 정도의 재활 기간이 예상된다.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32억 원)의 아시아 출신 야구 최고 규모 계약을 맺고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한 이정후는 데뷔 첫해 37경기 타율 0.262 2홈런 8타점 2도루 OPS 0.641의 아쉬운 성적을 남기고 시즌을 마감하게 됐다.
이정후는 지난 13일 신시내티 레즈와의 홈 경기에서 1회 어깨를 다쳤다. 1회 초 2사 만루에서 신시내티 타자 제이머 칸델라리오가 때린 홈런성 타구를 전력질주로 쫓아간 이정후는 점프 캐치 과정에서 펜스에 충돌한 뒤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충격으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큰 통증을 호소한 이정후는 결국 타일러 피츠제럴드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경기 후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 MRI 검사를 받을 예정"이라고 밝혔고, 샌프란시스코 구단은 "이정후의 부상은 왼쪽 어깨 탈구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다음날인 14일 멜빈 감독은 LA 다저스전을 앞두고 "내가 들은 바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수술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이정후의 부상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MRI 검진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샌프란스시코 구단은 15일 "MRI 검진 결과 이정후는 왼쪽 어깨에 구조적 손상(structural damage)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며"14일 부상자 명단(IL)에 오른 이정후는 17일 LA에서 닐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2차 진단을 받은 뒤 다음 단계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엘라트라체 박사는 류현진, 오타니 쇼헤이의 수술을 담당했던 세계 최고 권위의 어깨, 팔꿈치 전문 의사다.
엘라트라체 박사의 소견도 샌프란시스코 의료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시즌 아웃이 확정된 이정후는 현지 매체를 통해 "펜스에 충돌한 순간 어깨가 탈구됐다는 것을 알았다"며 "루키 시즌을 이렇게 끝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하면서 가장 실망스러운 시즌 중 하나가 될 것 같다"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언제나 (플레이에) 100%의 노력을 기울였다"며 "타구가 날아오면 내 몸은 공에 반응한다. 하지만 이제는 타구가 뜨면 잡을지 말지 다시 한 번 고민하게 될 것 같다. 이번 일로 확실히 교훈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했다. 그는 "(지난 6주가) 제 야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올 시즌 이곳에서 보낸 시간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라며 "다음 시즌에도 이 경험을 마음 속에 간직하고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야구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스포츠다. 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