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빼고 다 20~30대야. 엄청 빠르고 체력 좋아. 우리는 셋이 합치면 120살 넘지만, 그래도 이겨. 경험이 많거든, ‘아재농구’라서 여유있어.”(전태풍)
40대 아저씨들이 3대3 농구 코트 점령에 나선다. 전태풍(40), 이승준(42)·동준(40) 형제가 속한 한솔레미콘 팀은 2020 코리아 3X3 프리미어리그 대회 5라운드가 끝난 현재 공동 선두(390점)다. 6개 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는 플레이오프까지 총 8라운드로 우승팀을 가린다. 총상금은 1억원이다.
1일 경기 용인시 마북동의 한 농구 코트에서 만난 세 사람은 좋은 성적에 걸맞지 않게 좀 지친 표정이었다. 이동준은 “태풍이가 식중독으로 지난 주말 시합에 못 뛰었다. 형과 내가 공백을 메우느라 혼났다. 덕분에 아직도 녹초”라고 말했다. 전태풍은 특유의 어설픈 반말 투로 “지금부터 제대로 우승 모드다. 우리 셋이 뛰었는데 우승 못하면 창피하다. 우리같은 고수들은 원래 후반에 강하다”며 눈치를 살폈다.
세 사람은 한국프로농구(KBL)에서 활약하며 스타로 성장한 미국 출신 귀화선수 1세대다. 농구 본토 미국 대학리그 출신으로 2000년대 후반 나란히 한국 무대를 밟았다. 이승준(2m5㎝)은 KBL 올스타전 덩크슛 대회에서 역대 최다인 네 차례 우승하며 ‘덩크왕’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동준(2m)은 올스타전 최우수선수 출신이다. 형제는 2016년 SK에서 함께 은퇴했다. 전태풍(1m80㎝)은 이름처럼 화려한 드리블과 슛을 앞세워 2011년 전주 KCC에서 챔피언 반지를 꼈다.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된 2019~20시즌까지 SK에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