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부활한 다르빗슈 유(34·시카고 컵스)는 상대적으로 투구간 사이의 시간이 긴 편이다. 원래 조금 긴 편인데, 통계적으로는 계속 더 길어지고 있다.
‘팬그래프’의 집계에 다르면 다르빗슈의 2018년 투구간 시간은 26.5초였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29.4초로 길어졌다. 올해도 비슷하다. 다르빗슈는 8월 19일 세인트루이스전에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거뒀는데, 당시도 투구간 시간이 제법 길었다.
세인트루이스 구단의 대표적인 담당기자인 제프 존스는 “당시 다르빗슈의 투구간 시간은 평균 29초였다”고 떠올렸다. 그런데 23일(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의 마운드에는 정반대 스타일의 선수가 서 있었다. 김광현(32·세인트루이스)이었다. 존스는 “다르빗슈가 평균 29초였다면, 김광현은 평균 2.9초일 가능성이 있다”고 재치 있게 적었다.
물론 다르빗슈의 10분의 1 수준인 2.9초일 리는 없지만, 그만큼 김광현의 템포가 빨랐다는 놀라움이다. 실제 김광현은 이날 거침없이 공을 던졌다. 포수 야디어 몰리나로부터 공을 돌려받아, 바로 사인을 보며 투구 준비를 한 뒤, 고개 한 번 흔들지 않고 바로 공을 던졌다. 꼭 시간을 재지 않아도 체감적으로도 템포가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김광현도 이에 동의했다. 김광현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렸을 때부터 던져오면서 내 템포가 빠르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항상 좋은 투구가 나왔다”면서 “그래서 빨리 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템포가 빠르다고 꼭 좋은 건 아니고, 느리다고 해서 나쁜 것도 아니다. 다만 23일 경기는 KBO리그 당시보다 좀 더 빠르게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현재 컨디션과 자신의 공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포수 몰리나와 의사소통이 비교적 원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투·포수간의 생각이 맞지 않았거나 구종 구사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사인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머뭇거리는 장면이 분명 있어야 했으나 그러지 않았다.
수비 도움도 받았지만 김광현은 이날 많은 땅볼을 유도하며 힘을 냈다. 특히 초구에 카운트를 잡기 위해 던진 커브가 굉장한 위력을 발휘했다. 초구부터 느린 커브를 노리고 들어오는 타자가 많지 않은데다 신시내티 타자들은 김광현이 아주 낯설었다. 유리한 카운트로 시작한 김광현은 거침없는 투구로 이날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자신의 MLB 첫 승을 거뒀다. 미국도 놀란 거침없는 공격적 투구가 계속 이어질지 관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