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은 기회를 주셨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죽기 살기로 하겠다”.
전 삼성 라이온즈 투수 정인욱(30)이 현역 연장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대구고를 졸업한 뒤 2009년 삼성에 입단한 정인욱은 1군 통산 156경기에 등판해 19승 20패 1세이브 1홀드를 기록했다. 평균 자책점은 5.51.
정인욱은 2011년 6승 2패(평균 자책점 2.25)를 거두는 등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았으나 기대보다 아쉬움이 더 컸다. 올 시즌 5차례 마운드에 올라 승패없이 평균 자책점 8.44.
정인욱은 웨이버 공시 후 나 홀로 준비하며 타 구단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오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 오후에는 캐치볼을 소화 중이다.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는 노랫말처럼 정인욱도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했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몇 년간 보여드린 게 없다 보니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구단 관계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냥 담담했었다. 짐을 싸서 경산 볼파크를 나올 때 방출됐다는 게 실감이 났다”.
가족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정인욱은 “부모님께서 많이 아쉬워 하셨다. 아내는 내게 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다독였다. 아마도 내가 의기소침해질까 봐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정인욱은 12년간 정들었던 팀을 떠나게 된 아쉬움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때가 많아 죄송한 마음이 컸다. “그동안 많은 기회를 주셨는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모든 건 내 탓이다. 무엇보다 전역 후 풀타임을 제대로 못 뛴 게 가장 아쉽다”. 정인욱의 말이다.
정인욱은 이어 “현재 컨디션은 좋다. 아픈 데도 없고 잘 준비하고 있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무조건 잘해야 한다. 다시 한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죽기 살기로 하겠다”고 말했다.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된 만큼 책임감은 더욱 커졌다.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면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정인욱은 우리 나이로 31세에 불과하다. 현역 생활의 마침표를 찍기엔 너무나 젊다. 정인욱에게 마지막 불꽃을 태울 기회가 주어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