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턴파 출신인 하재훈(30·SK)은 프로 입단 후 2년간 굴곡이 심했다. 타자에서 투수 전향, 구원왕이라는 깜짝 스토리가 만들어진 2019년은 누구보다 환히 빛났다. 그러나 2020년은 어깨 부상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재훈은 2019년 61경기에서 59이닝을 던지며 5승3패36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1.98을 기록했다. 우직하고도, 강력한 패스트볼 승부로 팬들의 가슴을 끓어오르게 했다. 결국 구원왕과 국가대표팀이라는 두 가지 타이틀을 모두 손에 넣었다. 하지만 올해는 어깨 부상으로 15경기, 13이닝 소화에 그쳤다. 6월 21일 이후로는 1·2군 공식 경기에 단 한 번도 나가지 못했다.
준비를 안 했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투수 첫 해인 지난해 60이닝 가까이를 던졌기 때문에 충분한 휴식과 회복이 필요할 것이라 예상했다. 국가대표팀 일정까지 소화하느라 완전히 지쳤던 하재훈이지만, 트레이닝파트가 던져준 일정을 성실하게 따랐다. 남들이 쉴 때도 보강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구단은 전지훈련이 시작되기 전 해외 재활 캠프에 하재훈을 보냈다. 체계적으로 몸을 만들라는 배려였다.
하지만 컨디션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고, 코로나19 사태로 시즌이 한 달 정도 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정상 구위를 찾지 못했다. 어깨 문제가 계속 하재훈을 괴롭혔다. 2군에서는 투구를 하다 중단하다를 반복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구단 안팎에서는 “결국 투수를 접고 타자로 전향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이 나왔다. 하재훈은 트리플A 레벨에서도 뛰어난 타격 재능을 보여준 선수였고, 투수가 안 된다면 어떻게든 선수를 활용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원형 SK 감독은 타자 전향설에 대해 일단 선을 그었다. 김 감독은 15일 “나도 현역 시절에 부상을 많이 당해봐서 안다. 한 번 부상이 오면, 그 다음부터는 이전의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그때부터는 만성적인 통증을 안고 던져야 한다”고 했다. 사실 상당수 투수들이 겪는 현상이기도 한데, 전업 투수가 아니었던 하재훈은 남들보다 뒤늦게 이 과정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일단은 재활을 성실하게 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 감독은 이 문제로 이미 하재훈과 면담을 끝냈다고 했다. 김 감독은 “다른 생각을 하지 말라고 했다. 돌아갈 곳(타자 전향을 의미)이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면서 “투수로 계속 야구를 할 수 있도록 기다리겠다고 이야기했다”고 강조했다. 하재훈도 이 자리에서 계속 도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재훈은 마무리캠프 기간 중 인천에 나와 재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 감독도 하재훈의 현재 복잡한 심정을 경험을 통해 잘 안다. 그래서 “기다리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당장 성과가 나지 않으면 은퇴 위기로 몰릴 만한 나이도 아니다. 급하게 밀어붙일 생각은 없다. 다만 일단 내년 전력 구상에서는 예비로 분류했다. 김 감독은 “그렇게 구상하다 정상적으로 돌아오면 좋은 것”이라고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김 감독과 SK는 ‘투수 하재훈’이 전력 현황판에 들어올 시기가 최대한 빨리 오길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