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이탈) 개의치 않고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죠."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의 말이다. 두산 선수들은 포스트시즌 전부터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꾸준히 언급했다. 김재호, 오재일, 허경민, 최주환 등 주전 내야수 과반수와 외야수 정수빈, 투수 유희관, 이용찬 등이 올 시즌을 끝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대부분 A급 선수들인 만큼 구단도, 선수도, 팬도 FA들이 전부 잔류할 것이란 기대는 없다. 그래서 선수들끼리 "우리가 함께하는 마지막"이라는 끈끈한 유대감이 생겼다.
허경민은 "올해는 진짜 마지막이다. 누가 나갈지 모르니까. 마음은 다 같이하고 싶지만, 다 같이 하기 힘든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한 경기라도 더 같이 하고 싶다"고 했고, 김재호는 "좋은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면서 지난 5년 동안 한국시리즈에 갈 수 있었고, 3번의 우승을 해냈다. 그런 과정을 함께한 친구들과 어떻게 보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언제 다시 야구를 같이 할 수 있을지 모르니까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준플레이오프 MVP 오재원의 마음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장난으로 이 멤버로 뛰는 것은 마지막이라고 한다. 다들 마무리를 잘하고 싶어 한다. 이번 시즌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간절한 마음이 모여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뤘다. 구단 최초의 기록이다.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을 시작해 LG 트윈스(4위)와 준플레이오프에서 2승, kt 위즈(2위)와 플레이오프에서 3승1패)를 거뒀다. 이제는 정규시즌 1위 NC 다이노스와 맞붙어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일만 남았다.
많으면 7경기, 적게는 4경기를 치르면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황금기를 이끈 이들이 뿔뿔이 흩어질지도 모른다. 몇몇 선수들은 벌써 여러 구단이 참전해 가격 경쟁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포스트시즌이 진행되는 동안 전력 보강을 노리는 팀들은 바삐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 FA 선수들의 에이전트들도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은 이런 상황에도 덤덤했다. 감독으로 지내는 동안 김재호, 오재원, 이현승 등 내부 FA 계약 건이 있긴 했지만, 민병헌(롯데), 김현수(LG), 양의지(NC) 등이 이탈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FA 이탈이 있을 때마다 "있는 선수로 꾸려나가면 된다"고 한결같이 반응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감독은 "선수는 늘 본인이 대우를 받고 좋은 데서 야구를 하는 게 맞다. 선수들끼리 마지막으로 좋은 멤버들이 모여서 (우승을) 해보자고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 선수들끼리 하는 이야기고, 감독은 있는 선수로 성적을 내야 한다. 나는 내가 할 일을 하는 것이고, 선수들은 본분을 다하는 것이다. 개의치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우리가 하는 일"이라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