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KBO리그 스토브리그에는 해외 진출을 노리는 스타 플레이어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KIA 타이거즈의 에이스 양현종이다. 두 번째 FA 자격을 취득한 양현종은 꿈의 무대인 메이저리그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만일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성공한다면 KIA는 선발진에 발생한 에이스의 공백을 메워야만 한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후보 중 한 명은 사이드암 박준표다. 이미 선수 본인도 선발 투수를 맡아보고 싶다는 열망을 드러낸 바 있고 경찰청 복무 중에 선발 수업을 받으며 좋은 성적을 남기기도 했다.
박준표는 올 시즌 50경기에 등판해 51.2이닝을 던져 7승 1패 6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1.57 피OPS(피출루율 + 피장타율) 0.511을 기록했다. 주로 셋업맨으로 뛰었지만 문경찬의 트레이드 및 전상현의 부상이 겹쳤을 때는 임시 마무리 투수를 맡기도 했다.
이닝 당 출루 허용을 나타내는 WHIP는 0.95로 채 1이 되지 않을 정도로 뛰어났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를 나타내는 WAR(케이비리포트 기준)은 1.26으로 시즌 내내 구원 등판한 투수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았다.
9이닝당 평균 볼넷이 1.22개에 불과해 제구가 안정적이며 공 끝의 움직임이 현란한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지표만 놓고 보면 박준표가 선발로 전환해도 안정적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게 한다. 그는 통산 207경기 등판 중 경찰청 복무 직전인 2016년 10월 8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의 선발 등판이 1군 선발 경험의 전부였다.하지만 박준표는 사이드암의 태생적 한계인 좌타자 승부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점을 보였다. 올 시즌 상대 피안타율이 우타자에 0.189, 좌타자에 0.241로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5푼가량 높았다.
구원 등판 시에는 KIA 벤치에서 가급적 상대 우타자 위주로 투입이 가능하다. 하지만 선발 투수로 예고될 경우 좌타자 일색의 상대 타선과 맞서야 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와 달리 KBO리그에는 우투좌타로 만들어진 좌타자가 많다.
선발 투수로서 필히 따져야 하는 도루 저지율도 관건이다. 2020시즌 박준표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상대 주자가 6회에 걸쳐 도루를 시도해 실패 없이 모두 성공시켰다. 투구 동작이 큰 사이드암 투수의 또 다른 약점을 파고든 것이다.
전술한 약점들은 KBO리그에서 사이드암 선발 투수가 점차 사라져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규정 이닝을 충족시킨 20명의 투수 중 사이드암/언더핸드 유형의 선발 투수는 박종훈(SK)이 유일했다. 박준표가 구원 등판해 짧은 이닝 동안 전력 투구를 통해 선보인 구위를 긴 이닝 소화에도 유지할지 역시 미지수다.KIA 투수진 내부의 교통정리도 과제가 될 수 있다. 2020시즌 9승 10패 평균자책점 5.15 피OPS 0.783 WAR 3.14의 임기영에 박준표까지 더하면 KIA는 두 명의 선발 투수가 사이드암이 된다. 그렇다고 불펜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임기영을 불펜으로 옮기는 것도 그다지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박준표를 제외하면 KIA의 불펜 필승조에 믿을 만한 카드가 부족한 것도 현실이다. 2021년 풀타임 마무리에 처음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 전상현은 부상에 대한 우려를 떨쳐 내야 한다. 불펜 요원 홍상삼, 정해영 등이 시즌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칠지도 미지수다. 윌리엄스 감독의 2021년 박준표 보직에 대한 구상이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