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보면 모든 게 도전이었고, 모든 게 새로운 것이었다. 양현종(33·텍사스)의 지난겨울은 예상 외 변수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었고, 그 변수와 싸우는 하나의 사투였다.
기대와 달리 메이저리그(MLB) 보장 계약을 받지 못했다. 국내 잔류 가능성이 높아지던 시점, 양현종은 MLB 도전이라는 진심을 드러냈다. 양현종의 이닝소화능력을 눈여겨보던 MLB 여러 팀들이 관심을 보인 끝에 텍사스의 스플릿 계약 제안서에 사인했다. 뒤늦게 출국했고, 뒤늦게 캠프에 도착했으며, 뒤늦게 시범경기에 첫 선을 보였다. 남들이 한 달에 할 일을, 양현종은 보름에 끝내야 했다.
여러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는 생존했다. 쉽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시범경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줬다. 4경기(선발 1경기)에서 9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86을 기록했다. 자신보다 앞서 출발한 선수들이 하나둘씩 마이너리그로 떨어질 때 양현종의 이름은 끝까지 캠프 명단에 있었다. 따지고 보면 수많은 선수들을 추월한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개막 로스터 합류를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의 보도를 종합하면 텍사스는 투수 13명으로 개막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개막 로스터 합류가 확정된 선수들은 이미 크리스 우드워드 감독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됐다. 투수진에 자리가 하나 더 생겨야 양현종의 합류가 가능해 보인다. 개막 로스터에 들어가지 못하면 마이너리그 생활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결원이 생겨야 한다.
하지만 양현종은 전혀 후회가 없다. 어쩌면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양현종은 지금까지 모든 것을 즐겼다고 웃는다. 처음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택했던 당시와 지금은 큰 차이가 없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고, 이제는 결정을 기다린다고 했다.
양현종은 25일 신시내티와 선발 등판을 마무리한 뒤 언론과 화상 인터뷰에서 “우선 캠프 기간 동안 아프지 않았던 게 좋았던 것 같고, 첫 환경에서 팀메이트들이 적응하기 쉽게 했다. 좋은 경쟁도 했지만 많은 것을 얻고, 많은 것을 배웠던 시간인 것 같다”면서 “첫 게임 등판했을 때 긴장도 많이 했지만 첫 경기에 오래간만에 마운드에 올라가서 그런지 재밌게 피칭을 했다. 4번째 경기까지 마운드에서 타자를 잡으려고 재밌게 피칭을 했던 것 같다”고 했다. 말투에는 후회가 없었다.
이제 양현종은 30일 등판으로 시범경기 일정을 마무리한다. 우드워드 감독도 양현종의 마지막 등판까지 지켜본 뒤 개막 투수진 로스터를 정리할 참이다. 양현종은 “(개막 로스터에) 들었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코칭스태프 결정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마음을 비운 모습이었다. 최선을 다한 양현종이 마지막 고비를 넘기고 원하던 성과를 얻을 수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