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잠실=김우종 기자]SSG 랜더스 추신수가 30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SSG 랜더스 창단식 기자 간담회에서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마지막 시범경기를 마친 추신수(39·SSG)는 축 처져 있었다. 상당히 지쳐 보였다. 그의 입에서는 미국서 뛴 세월을 뜻하는 '20년', 그리고 '무인도'라는 단어가 나왔다. 그는 작심한 듯 속내를 드러냈다. 그렇다고 해도 새로운 환경을 탓할 게 아니라, 무조건 자기가 적응해야 한다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다.
추신수가 30일 잠실구장서 열린 LG와 시범경기를 끝으로 정규 시즌 개막전 준비를 마쳤다. 이날 3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장, 3타수 2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첫 멀티히트였다. 시범경기 성적은 타율 0.278(18타수 5안타) 4타점 4볼넷 2득점. 총 7경기밖에 치르지 못한 가운데, 개막을 맞이하게 됐다.
그를 향한 기대가 큰 만큼, 본인이 느끼는 부담감도 참 많다. 추신수는 2001년 부산고를 졸업한 뒤 곧장 미국으로 건너가 빅리그를 누비며 한국 야구를 빛냈다. 그는 매 시즌을 일정한 루틴과 함께 치열하게 준비했다. 그런데 올 시즌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지난달 2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그는 2주 간 자가 격리를 거친 뒤 3월 11일 팀 훈련에 처음 합류했다. 그리고 21일 NC와 시범경기서 첫 실전을 치렀다. 개막전 출장을 바라보며 많은 루틴들을 생략한 채 몸을 끌어 올렸다. 이제 벌써 3일 후면 리그가 개막한다.
30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마주한 추신수는 멀티히트에도 불구하고 표정이 썩 밝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추신수는 "그동안 해온 루틴에 비해 연습량이 너무 부족하다. 시즌이 가까이 다가오니 불안감이 있는 것 같다. 뭔가 해야 하는데, 해오던 것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토로했다.
30일 잠실구장에서 시범경기를 모두 마친 뒤 인터뷰에 임하고 있는 추신수. /사진=김우종 기자
그는 한숨을 내쉬며 "이미 환경이 바뀌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하면 끝이 없다. 제가 맞춰서 가야 한다"면서 "쉽게 말해 무인도에 혼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다. 그렇다고 해도 제가 살아 나가야 한다. 원하는 대로 할 수 없다. 어차피 해야 한다. 모든 선수들이 하는 것이며, '저도 그렇게 맞춰간다'고 생각 자체를 바꾸고 있다. (미국서) 해오던 대로 해야 한다면 그건 개인적인 욕심이다. 이제 제가 거기에 맞춰서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이제는 자신이 고집했던 루틴을 버린 채, 새로운 환경에 순응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추신수는 "고교 졸업 후 미국에 갔을 때, 어린 나이에도 (시련을) 이겨냈다. 이건 솔직히 아무 것도 아니라 생각한다.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미국 선수들을 이긴 경험도 있다. 이곳은 말이 통하고 친구들이 있다. 선후배들이 도와주는 제 나라에서 못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도 없고, 루틴대로 못 하지만 생각을 바꿔야 한다. 해야만 하는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담감에 대해 "올라가는 건 쉽다. 지키는 게 힘들다. 시즌이 끝났을 때 어떤 성적으로 저라는 사람을 이야기할 지 모른다. 늘 최선을 다했고, 여기서도 다할 것이다. 20년 간 미국서 뛰면서 한 시즌에 모든 걸 대답해야 했다. 많은 이들이 기대한다는 것에 부담감이 있다. 그러나 잘할 자신이 있다. 그런 게 없다면 한국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면서 각오를 다졌다.
추신수의 타격 모습. /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