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도쿄올림픽을 앞둔 마지막 실전 모의고사 무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한국여자배구대표팀이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2021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은 25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리마니에서 VNL 첫 상대로 중국을 만난다. 세계랭킹 1위 중국은 '에이스' 주팅이 이번 대회에 뛰지 않지만 높이외 힘에서 한국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월 도쿄올림픽 아시아지역예선 이후 1년 4개월 만에 다시 손발을 맞추는 라바리니호는 변화가 있다. 소속팀 뿐 아니라 대표팀에서도 주전 세터와 주전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다영, 이재영(이상 흥국생명)이 빠졌다.
KGC인삼공사 세터 염혜선(왼쪽)이 2020-21시즌 V리그 현대건설과 원정 경기 도중 수비로 공을 걷어내고 있다.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두 선수는 지난 2월 V리그를 강타한 학교폭력 논란 한가운데 자리하면서 소속팀으로부터 무기한 출전 정지 자체 징계를 받았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두 선수가 태극 마크를 다시 달고 도쿄올림픽에 나설 시간은 부족하다. 이다영-이재영 없이 도쿄올림픽을 치러야하기 때문에 이번 VNL은 라바리니호에게 매우 중요하다.
세터가 가장 큰 문제다. 이재영이 빠진 레프트쪽은 대체 자원이 있다. 주장 김연경(상하이)이 건재한 가운데 이소영(KGC인삼공사)가 선발 라인업에 들어가면 된다. 여기에 이번 대회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선발됐지만 박정아(한국도로공사)도 경기 상황에 따라 레프트로 충분히 나올 수 있다.
라바리니 감독도 김연경과 함께 이소영을 선발 레프트로 둘 계획이다. 역시나 가장 큰 고민은 세터다. 베테랑 염혜선(KGC인삼공사)를 비롯해 안혜진(GS칼텍스) 김다인(현대건설)이 VNL에 나선다.
염혜선과 안혜진은 이미 라바리니호에 승선한 경험이 있다. 대표팀에서 이다영의 휴식 시간을 보조한 염혜선은 이번 VNL에서는 주전 세터 임무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라바리니 감독이 안혜진을 선발 세터로 넣을 수 도 있지만 라바리니호 이전 대표팀에서도 경험을 충분히 쌓은 염혜선에게 초점이 간다.
라바리니 감독은 "염혜선과 안혜진은 이미 대표팀에서 함께 해본 경험이 있다"며 "우리가 어떤 시스템으로 플레이를 하는지 알고 있다. 나 또한 두 선수들이 갖고 있는 특성을 파악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얘기했다.
GS칼텍스 세터 안혜진이 2020-21시즌 V리그 흥국생명과 홈 경기 도중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그런데 특정 선수를 주전 세터로 정한 건 아니다. 라바리니 감독은 "전술적인 이유로 아마 매 세트 더블 체인지(세터+공격수)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물론 세터 3명 모두에게 기회를 주면서 특성을 좀 더 파악하겠다"고 덧붙였다.
라바리니 감독은 이탈리아 출국을 앞두고 대한배구협회를 통한 인터뷰에서 김다인도 언급했다. 그는 "김다인도 선수촌 합류 후 좋은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김다인을 포함한)세터 3명이 서로 경쟁하며 팀 시스템을 만들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김다인도 앞으로 훈련과 대회를 치르면서 특성을 파악할 계획"이라고 했다.
포지션 경쟁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노리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본선에 나갈 세터는 두 명이다. 라바리니 감독도 "올림픽에는 2명의 세터를 선발할 예정"이라고 했다.
세터가 중요한 이유는 분명하다. 공격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한국을 상대하는 팀들은 공략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김연경에게 가는 패스(토스)를 흔들기 위해 목적타 서브를 활용한다.
현대건설 세터 김다인이 2020-21시즌 V리그 IBK기업은행과 홈 경기 도중 서브를 넣고 있다. [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김연경도 서브 리시브에 가담하기 때문에 되도록 편하게 공격을 시도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상대팀은 그 이유로 리시브 라인을더 괴롭힌다.
리시브를 돕기 위한 리베로 역할도 중요하지만 세터가 얼마만큼 이런 상황을 잘 대처해 효율적으로 공격을 풀어가느냐도 관건이다. 세터 3명의 패스 배분, 속공 시도 횟수 등도 이번 대회를 통해 잘 살펴봐야한다. 그리고 눈 여겨볼 부분이 한 가지 더 있다.
오버핸드와 언더핸드 패스 횟수다. 라바리니 감독이 대표팀에 온 뒤 이다영을 포함한 세터들에게 가장 많이 강조하고 요구한 말은 '왠만하면 오버핸드로 패스를 보내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