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의 가보처럼 참으로 소중한 '프로 데뷔 첫 홈런공'이었다. 그런 보물을 찾아주기 위해 간절한 마음으로, 그것도 경기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다급히 관중을 직접 찾아간 선배가 있었다. 본인 공도 아닌데, 단지 막내의 귀중한 기념구를 꼭 전해주고 싶어 홈런볼을 주운 상대 팀 팬과 대화를 시도한 선수, 바로 LG의 '실버스타' 채은성(31)이었다.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LG-삼성전. 양 팀이 5-5로 팽팽히 맞선 8회초. 선두타자 문보경이 삼성 불펜 심창민을 상대해 볼넷으로 출루한 뒤 김민성의 희생 번트 때 2루까지 갔다. 후속 유강남은 삼진 아웃. 계속된 1사 2루서 9번 타자 이영빈이 타석에 들어섰다. 2002년생으로 2차 1라운드 7순위 지명을 받으며 올해 LG에 입단한 신인이었다.
초구와 2구째 볼을 잘 골라낸 이영빈은 3구째 낮은 스트라이크를 그냥 보냈다. 그리고 4구째. 심창민의 실투성 슬라이더(130km)를 이영빈이 제대로 받아쳤고, 타구는 우측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극적인 역전 투런포. 프로 데뷔 23경기 만에 나온 데뷔 첫 홈런포였다. 타구가 넘어간 걸 확인한 이영빈은 오른팔을 쭉 뻗어보이며 기쁨을 만끽했다.
많은 삼성 팬들이 라이온즈파크에 운집한 가운데, 홈런공을 주운 관중 역시 삼성 팬이었다. 경기장 안전 요원이 신속하게 뜻깊은 이영빈의 첫 홈런공을 수거하기 위해 나섰다. 이날 중계 화면에도 안전 요원과 공을 주운 한 팬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됐다. LG 구단에서는 LG 선수들 사인볼 및 기념품과 사인볼의 교환을 정중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삼성 팬이었기에 당연히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오승환과 뷰캐넌의 사인볼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8회초 자신의 마지막 타석을 마친 뒤 8회말 수비를 앞두고 다급하게 관중을 향해 찾아간 LG 선수가 있었다. 우익수 채은성이었다. 그의 손에는 새 KBO 공인구 2개가 쥐어져 있었다. 아끼는 막내의 소중한 데뷔 첫 홈런공을 찾아주기 위해 선배가 직접 관중을 찾아가 대화를 시도한 것이다. 채은성의 간곡한 요청에 홈런공을 주운 관중은 삼성 관계자로부터 연락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그렇게 채은성이 홈런공을 바로 받지는 못했지만, 그의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빛났다. 이 모습을 한 팬이 촬영해 영상으로 공개하면서 그를 향한 찬사가 쏟아졌다.결국 삼성 구단의 협조와 함께 귀한 홈런 공이 이영빈의 품 안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LG 관계자는 "삼성 구단 측에 협조를 부탁했는데, 적극적으로 도와줘 오승환과 뷰캐넌의 사인볼과 교환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럼 채은성은 어떤 마음으로 관중석에 다가갔던 걸까.
"팀 막내인 영빈이의 데뷔 첫 홈런공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갖고 있는지 잘 알기에, 선배로서 꼭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8회말) 공인구를 들고 나갔다. 경기가 진행 중이었고 상황이 여의치 않아 그 자리에서 받지 못해 아쉬웠으나, 우리 팀과 삼성 구단에서 감사하게 신경을 잘 써주셔서 홈런공을 받게 돼 선배로서 매우 기쁘다. 중요한 경기서 영빈이의 데뷔 첫 홈런은 정말 짜릿했다. 축하하고 선배로서 항상 열심히 노력하는 영빈이를 응원한다." - 채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