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리빌딩 팀인 텍사스는 시즌 초반 우려대로 선발 로테이션이 흔들리며 고전했다. 에이스인 카일 깁슨이 화려하게 부활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기대에 못 미쳤다. 사실 이건 전체적인 틀에서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 시즌을 앞두고 텍사스와 마이너리그 스플릿 계약을 맺은 양현종(33) 또한 그 혼란 속에서 기회를 얻었다. 롱릴리프로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룬 양현종은 총 네 차례의 선발 등판했다. 비교적 잘 던진 경기도, 그렇지 않은 경기도 있었던 가운데 결국 텍사스는 양현종을 로테이션에서 제외한 것에 이어 25인 로스터와 40인 로스터에서 차례로 뺐다. 계속해서 기회를 얻기에는 양현종의 투구 내용이 다소 불안했던 것도 사실이다.
텍사스가 양현종 대신 로테이션에 합류시킨 선수는 좌완 콜비 알라드(24)였다. 그간 불펜에서 활용됐던 알라드는 5월 28일 시애틀전에서 시즌 첫 선발 등판(4이닝 2실점)을 가졌다. 양현종이 직후 시애틀전에서 부진하며 로테이션에 빠진 것을 고려하면, 결국 알라드가 양현종 대신 코칭스태프의 선택을 받았다고 봐도 큰 무리는 없다.
사실 팀의 기대치와 현재 활용 방안은 사뭇 다른 두 선수다. 양현종은 즉시전력감이자, 어쩌면 예비 전력이었다. 반면 알라드는 구단의 미래로 간주되는 선수 중 하나다. 고교 졸업 이후 2015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애틀랜타의 1라운드(전체 14순위) 지명을 받은 알라드는 2019년 7월 트레이드를 통해 텍사스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불펜투수가 필요했던 애틀랜타는 우완 크리스 마틴을 받는 대신 알라드를 포기했다.
알라드는 이적 후 2019년 9경기 모두 선발 등판했고, 지난해는 부진 속에서도 8경기(전체 11경기)에서 선발 등판했다. 나름대로 인내심을 가지고 키우는 선수인 셈이다.
그런데 알라드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잡아가고 있다. 알라드는 시즌 17경기(선발 7경기)에서 2승5패에 머물렀으나 평균자책점은 3.45로 준수한 편이다. 로테이션에 합류한 뒤 경기력도 계속해서 괜찮다. 그는 선발로 나선 7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3.62를 기록했다. 지금 당장 로테이션에 빠질 것이라는 어떠한 징후도 찾아볼 수 없다.
알라드의 호투는 팀에는 고무적인 일이나 양현종에게는 그렇게 좋지 않은 일이다. 결국 로테이션 자리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가 적절한 시점 알라드나 데인 더닝의 이닝을 관리해줄 가능성은 높지만, 그것이 지금 당장은 아니다. 마이크 폴티네비츠, 조던 라일스 등의 투구가 아슬아슬해 보여도 부상 복귀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아리하라 고헤이까지 고려하면 양현종의 경쟁은 난이도가 떨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