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의 숨바꼭질을 지켜보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하나 있다.
마땅히 숨을 곳을 찾지 못한 아이가 술래의 추격을 받으면 그만 자신의 눈을 가리고 주저 앉아 버리는 것이다.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남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오는 행동이다.
키움과 한화 일부 선수들이 방역 예방 수칙을 어기고도 거짓말로 사태를 모면하려 했음이 드러났다.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하는 키움 선수단. 사진은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사진=MK스포츠오랫동안 그런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오래지 않아 그것이 쓸데 없는 짓임을 알게 되고 이후엔 시도하지 않는다. 유치원 이전에 대부분 끝나는 행동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으며 좋은 대우를 받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들이 오히려 유치원생 만도 못한 행동을 해 빈축을 하고 있다.
금방 드러날 수 있는 거짓말을 했다가 더 큰 화를 부르는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났다.
발단은 NC 선수단에서 나왔다. 박석민 등 NC 선수들은 술자리 의혹을 부인하다 역학 조사 과정에서 사실이 밝혀지자 그제서야 인정을 했다.
여성들과 동석도 결국 역학 조사 결과가 나온 뒤 시인 했다.
팬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특히 거짓말을 했다는 부분에서 실망했다는 팬들이 많았다.
이후 키움과 한화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NC 선수들과 동석했던 A씨 등과 술 자리를(길던 짧던) 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 와중에서 한현희가 대표팀에서 자진 사퇴하는 일 까지 있었다.
문제는 이들도 눈 가리고 아웅 하려 했다는 점이다.
17일 한화와 키움 구단은 "외부인 접촉으로 물의를 빚은 선수들이 처음 진술과 다르게 일부 접촉이 있었음을 확인해 이를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정정 보고했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한화는 "방역수칙에 위반되는 사항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키움도 "방역수칙 위반은 아닌 것으로 확인했다"고 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에서 한화와 키움 선수들이 거짓말을 한 것이 드러났다.
방역 당국의 역학조사와 두 구단 선수의 새로운 진술에 따르면 한화 선수 2명, 키움 선수 2명은 5일 새벽 한화의 서울 원정 숙소에서 전직 프로야구 선수 1명, 일반인 2명과 만났다.
강남구청은 "(7명이) 5일 오전 1시 30분부터 1시 36분까지 6분 동안 같이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며 "4일 오후 11시 36분에 일반인 2명이 입실한 이후 5일 오전 12시 54분에 은퇴선수 A가 입실했다. 한화 소속 선수 한 명은 오전 1시 1분, 다른 한화 선수는 1시 22분 합류했다"며 "5일 오전 1시 30분에 키움 소속 선수 2명이 합류하면서 외부인 2명과 전·현직 선수 5명 등 7명이 같은 공간에 체류했고 방역수칙 위반상황은 1시 36분에 전·현 한화 선수 3명이 퇴실할 때까지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수칙은 '오후 10시 이후 사적인 만남'과 '5인 이상의 만남'을 금지한다.
그러나 키움-한화 선수들은 동시에 지인들과 얽히고 설키며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방역 예방 수칙을 어긴 것이다.
허위진술로 역학조사에 혼선을 준 선수들은 역학조사 방해 등의 감염병 예방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호텔에 부착된 CCTV만 확인해도 동선 파악이 쉽게 나올 수 있다. 당장 눈 앞의 두려움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 중에서도 하위 레벨이다.
유치원생 들만도 못한 거짓말이 프로야구 선수의 입에서 나오고 있다.
자기들끼리 눈을 가리고 자기들 끼리만 입을 맞추면 모두가 속아 넘어갈 것이라는 유치한 발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재 한국 프로야구 선수의 수준이다. 그것고 국가를 대표했거나 할 수 있는 선수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슴이 찢어질 수 밖에 없다.
무관용의 원칙 만이 이 사태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선수들에게 약속을 어기고 거짓말을 하면 어떻게 되는 지를 똑똑히 보여줘야 한다.
지금 프로야구 선수들의 수준은 일벌 백계의 모범 사례를 보여줘야 겨우 따라올 수 있는 수준이라 할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벌어진 사태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KBO와 각 구단은 역학 조사에 성실하게 임해 또 다른 예방 수칙 위반 사항은 없는지 밝혀내야 한다. 그리고 엄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얼마나 아픈지 겪어 봐야 아는 이들에겐 그에 걸맞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