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대구)
이병근 대구 FC 감독의 이야기다.
"경기 전에 세징야가 그러더라고요. '오늘 경기를 이겨서 1위를 다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봐요'라고 말입니다."
지난 1일, 대구 FC는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하나원큐 K리그1 2021 22라운드를 치렀다. 결과는 1-1 무승부였다. 그래도 대구는 리그 무패 행진 숫자를 '11'로 늘렸다. 아울러 승점 동률이었던 전북 현대의 경기가 없는 틈을 타 순위를 2위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사실 세징야가 처음 한국에 왔을 적만 하더라도 1부 2위라는 위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2016년의 대구는 K리그2에서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대구는 고요한 스타디움 안에서 기약할 수 없는 미래를 꿈꾸는 게 다였다. 세간의 스포트라이트에서 벗어나 있던 대구는 2017년이 돼서야 겨우 K리그1에 합류했다.
'진짜 성장'은 그때부터 시작했다. 선수단은 해를 거듭할수록 강해졌다. 외국인과 젊은 피들이 어우러져 오묘한 시너지를 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새 집도 갖게 됐다. 대구는 훌륭한 인프라에서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벌였다. 그 사이 관중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DGB대구은행파크는 어느새 시의 명소 중 한 곳으로 자리 잡았다.
인기 클럽이 된 대구에 남은 건 성적뿐이었다. 2017년엔 8위, 2018년엔 7위, 2019년과 2020년엔 5위였다. 차츰차츰 위로 오르긴 했다. 그러나 갈증은 있었다. 더 해냈을 것 같기도 한데 매번 몇 %가 부족했다. 그런데 이번 시즌만큼은 달라 보인다. 아쉬움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앞서 언급했듯 대구는 시즌 20경기를 치른 현재 K리그1 2위다. 시즌 초반의 반짝이가 아니라 의미가 깊다.
세징야는 포항전을 앞두고 머릿속에 나름대로 그림을 그렸던 듯하다. 만일 대구가 포항을 잡고 다음 경기에서 울산 현대를 상대했다면, 그리고 울산마저 잡았다면, 순간적으로 일등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병근 감독에게 숨기지 않고 속마음을 전했던 모양이다. '포항을 꼭 잡아보자'고 말이다. 이병근 감독이 11경기 무패에도 불구하고 포항전 이후 기뻐하지 않았던 이유는 그래서다.
그러나 이런 아쉬움이 곧 놀라움이다. 1위를 위해 싸운다니, 과거의 대구라면 상상할 수 없는 감정이다. 지금 대구는 이렇다. 어두컴컴했던 터널을 지나 진심으로 최고를 꿈꾸는 모습이다. 이병근 감독은 앞으로도 팀의 기세를 유지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는 선수들과 함께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시즌 내내 강하게 보여줬던 바 있다.
"2위라서 놀랐습니다. 앞으로도 1위와 승점 차가 벌어지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