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경남 창원NC파크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신한은행 SOL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스1한국 야구가 정말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고 마는가.
팬들이 외면하는 스포츠는 더 이상 존재 가치가 없다. 그동안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로 영광을 누렸던 프로야구가 가장 큰 위기를 맞이했다. 핵폭탄급 악재가 연달아 터지면서 총체적 난국에 빠져드는 모양새다.
이른바 '원정 숙소 술판 사태' 때부터 KBO 리그 선수들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싸늘해졌다. 당초 NC 선수들만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위반하는 키움과 한화 선수들까지 나오면서 실망감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런 와중에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도쿄로 향했다. 김 감독은 출발 전부터 "마음이 많이 무겁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거듭 당부했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대표팀 선수들은 훈련 중에 함부로 웃지도 못한 채 조심하고 또 조심했다는 후문이다. 자칫 의도치 않은 모습이 TV 중계화면이나 카메라에 잡혔다가 구설수에 오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경문호는 선전하다가 막판에 3연패로 미끄러지면서 최종 4위에 그쳤다. 세계 야구와 격차는 분명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실력의 한계였다. 애당초 적정 목표는 동메달이었다. 하지만 화가 난 팬들은 노메달을 용납하지 못했다. 그러다 경기 중 껌을 씹는 강백호의 모습이 포착되면서 집중 포화를 맞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날카로워진 상황에서 야구는 희망과 기쁨을 주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한국 야구가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냈어도 세계 최강이 아닌데, 이번 대표팀이 목표(금메달)를 잘못 설정했던 것 같다. 처음부터 목표를 동메달 정도로 공언했다면, 이렇게 국민들이 실망감이나 박탈감을 느끼지는 않았을 것"이라 말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대표팀 귀국 후에는 KBO 리그를 덮칠 '핵폭탄급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키움 외야수 송우현은 9일 음주운전 사실을 자진 신고하며 아버지인 '레전드' 송진우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KIA 외국인 투수 브룩스가 대마초 성분이 들어있는 전자담배를 주문했다가 적발돼 구단으로부터 퇴출 조치를 당했다. 그의 아들 웨스틴이 지난해 교통사고로 힘든 일을 겪었던 걸 알았기에 그 충격은 더했다. 10일에는 한 두산 선수가 금지약물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밝혀지면서 파문이 커졌다. 해당 선수는 약물을 복용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는 상황. 이 모든 걸 지켜본 한 팬은 '야구를 멀리하고 싶어도 워낙 핵폭탄급 이슈가 넘쳐 끊을 수가 없다'는 조롱까지 했다.
실망이 커지면 외면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는 가장 무서운 '무관심' 이다.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하는 것이다. 심상치 않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10일 후반기 첫 경기가 우천으로 취소된 대구(두산-삼성) 경기를 제외하고 4개 구장에서 펼쳐졌다. 무관중으로 진행된 가운데, 한 포털 사이트의 동시 접속자 수에도 관심이 쏠렸다. 몇 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느냐에 따라 팬들의 관심도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가 절정에 달하는 8회 쯤에도 잠실(SSG-LG), 창원(롯데-NC), 광주(한화-KIA) 경기는 약 2만3천명에서 2만 7천명을 왔다갔다 하는 수준이었다. 후반기 재개만 기다려왔을 야구 팬들도 많았을 텐데, 심지어 고척(KT-키움) 경기는 약 1만명을 겨우 넘길 정도였다. 과거 KBO리그의 웬만한 경기 7,8,9회 때 동시 접속자 수인 약 4만~10만명 수준과 비교되는 수치였다. 만약 한국이 올림픽서 메달을 따고 사건,사고 없이 깨끗한 이미지를 보여줬다면 분위기가 지금과 같았을까. 한국 야구에 정말 큰 위기가 닥쳤다.
10일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