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에서 부활한 백승호, 유럽에서 잊히는 이승우

586 0 0 2021-09-26 19:19: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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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호와 이승우의 엇갈린 운명
 

▲ 백승호 인터뷰 
ⓒ 연합뉴스


백승호가 K리그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백승호는 25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1 3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전반 39분 프리킥 찬스를 얻어내 그림같은 오른발 슈팅으로 골문을 가르며 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지난 18일 수원 삼성전, 21일 광주FC전에 이어 3경기 연속 득점이다. 울산 현대와 치열한 선두경쟁을 펼치고 있는 전북은 백승호의 활약에 힘입어 후반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유럽무대에서 활약하던 백승호는 지난 3월 독일 다름슈타트를 떠나 K리그 전북의 유니폼을 입었다. 전 소속팀 수원과의 정리되지 않은 관계가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지난 5월 백승호가 수원으로부터 받은 지원금에 일부 금액을 더해 반납하고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하는 모양새로 원만하게 마무리됐다.

K리그 적응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이적 초반에는 팀사정상 안정적인 출전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며 자신감이 떨어졌다. 지난 7월에는 K리그행을 결정한 이유중 하나였던 2020 도쿄올림픽 최종명단에서 탈락하는 아픔도 맛봤다. 하지만 백승호는 올림픽 탈락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무언가 끝나면 또 새로운 시작이 있으니까. 항상 그래 왔다. 또 한 번 잊고 싶지 않은 하루'라는 글을 남기며 분발을 다짐했다.

절치부심한 백승호는 후반기 들어 서서히 진가를 드러내고 있다. 후반기 전북이 치른 K리그1 13경기 중 11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이중 8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부동의 주전으로 자리잡았다. 최영준이 부상을 당하면서 전북의 중앙 미드필더 자원이 부족해진 9월에만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16강전을 포함해 총 7경기 연속 교체 없이 풀타임 출장을 이어가며 어느덧 전북에서 없어서는 안될 선수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K리그로 오면서 백승호의 성장에 또 하나의 중요한 전환점은, 바로 자신에게 어울리는 최적의 포지션을 찾았다는데 있다. 백승호는 전북에서 주로 4-2-3-1의 3선의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되고 있다. 전북에 입단하기 전에는 확실한 주포지션없이 중앙, 2선, 측면 미드필더를 다양하게 넘나들어야했다. 좋게 보면 멀티플레이어지만, 나쁘게 말하면 어디에서도 뚜렷한 포지션 경쟁력 우위를 보여주지못한 어정쩡한 선수에 가까웠다.

백승호는 전북에서는 경기를 조율하고 수비적인 역할까지 소화하는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후반기 들어 주특기인 패스와 플레이메이킹 외에도 태클, 패스차단, 볼 경합 등 수비적인 지표에서도 팀내 상위권에 올라있는 것이 두드러진다. 전북에서 과거 현역 시절의 김상식 감독이나 김보경-손준호 등 핵심선수들이 맡았던 역할을 연상시킨다.

마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0월 시리아-이란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2연전을 대비한 명단 발표를 앞두고 있다. 한국축구로서는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좌우할 중요한 고비로 여겨진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그리 중용되지 못했던 백승호지만 최근 소속팀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만큼 벤투 감독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실 전북은 이미 백승호 이전부터 '해외파 선수들의 재활 공장'으로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해왔다. 전북의 레전드인 이동국을 비롯하여 조재진-김보경-홍정호-김진수 등 해외무대에서 쓴 맛을 보고 침체기를 겪다가 전북에서 부활한 선수들이 부지기수다. 최강희 감독이 2009년 당시 은퇴 기로까지 몰려있던 이동국을 영입하며 전폭적인 신뢰로 제2의 전성기를 열어줬듯이, 김상식 감독과 백승호의 관계도 이와 흡사하다.

백승호는 전북에서 김상식 감독의 신임속에 꾸준히 경기에 출전하면서 체력과 자신감이 점점 올라오는 모습이다. 만일 백승호가 지금도 유럽 2부리그를 전전하고 있었다면 보기 힘들었을 장면이다. 수원과의 논란-올림픽 탈락 등 과정상의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백승호의 K리그행 자체는 결국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백승호의 화려한 부활을 보며 자연스럽게 비교되는 선수가 바로 이승우(신트트라위던)다. 지난 26일(한국시간) 열린 신트트라위던과 스탕다르 리에주의 2021-22시즌 벨기에 리그 9라운드 원정경기에서 이승우는 또다시 결장했다. 시즌 개막 이후 아직까지 리그 출장이 '0'이다.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것도 3번뿐이고 6라운드 이후로는 아예 그마저도 배제되며 전력외로 분류된 모양새다.

 

▲ 이승우 
ⓒ 대한축구협회


 
백승호와 이승우는 2010년대 스페인의 축구명문 바르셀로나 유스팀에서 함께 활약하며 당대에 손꼽히는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 유스팀이 규정 위반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공식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서 백승호와 이승우의 커리어가 꼬이는데도 큰 악영향을 미쳤다. 이후 두 선수는 바르셀로나를 떠나 유럽무대에서 여러 리그와 팀을 옮겨다니는 저니맨의 행보를 이어가야했다.

백승호는 올시즌 우여곡절 끝에 전북에서 뒤늦게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이승우의 현실은 여전히 초라하다. 이승우는 벨기에리그에서 한시즌 반동안 17경기 출전, 2골에 머물고 있으며 올시즌에는 사실상 전력외 취급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잠시 포르티모넨스(포르투갈)로 임대를 다녀오기도 했으나 역시 부상과 주전경쟁에서 밀리며 4경기에서 교체로 30분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A대표팀에서도 벤투 감독의 철저한 외면을 받고있으며, 한 단계 아래라고 할수있는 도쿄올림픽 축구대표팀 최종엔트리에서도 백승호와 함께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승우의 결장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친선경기에서는 모습을 드러낸만큼 부상이나 몸상태가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에도 감독의 전력구상에서 배제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승우는 신트트라위던에서만 벌써 4명의 감독을 거쳤는데 이중 케빈 머스캣 감독이 이끌었던 2019-20시즌 초반에 잠깐 중용되었을뿐 정작 팀성적은 부진했고 본인의 활약도 특출하지 못했다.

페터르 마에스 전 감독이나 현 베른트 흘러바흐 등 다른 감독들은 이승우를 그다지 신임하지 않는 모습이다. 벨기에 현지 언론에서는 이승우가 훈련태도나 경기에서 집중력을 잃은 실수를 저지르며 감독의 눈밖에 났다는 이야기가 여러번 나왔다. 신트트라위던에는 이승우외에도 스즈키 유마, 하야시 다이치 같은 일본인 선수들이 중용되고 있어서 아시아 선수라서 차별을 받고 있다는 의구심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럴바엔 이승우도 백승호처럼 차라리 K리그행이라는 선택지를 골랐다면 어땠을까. 이승우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하지만 이승우는 유럽에서 머무는 길을 선택했고, 결과적으로 이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이승우와 백승호는 더 이상 유망주가 아니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하는 성인 선수들이다.

선수는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어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수 있는데, 벌써 몇 년째 성인무대에서 자리를 잡지못하고 이제는 아예 출전기회조차 기대할수 없는 상황이라면 '도전'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유럽이라는 큰 무대에 있다고 해서 선수의 성장세에 반드시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 또한 국내로 돌아온다고 해서 실패하거나 퇴행은 아니라는 것. 2021년 현재 백승호와 이승우의 엇갈린 선택과 현실이 축구 유망주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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