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의 연봉에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것을 택했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선수 경력이 단절되는 것은 억울할 수 있지만 그 선택을 존중할 수 있을까. 학폭 가해자로 지목을 받은 이재영과 이다영은 이제 그들의 커리어의 시작을 알린 한국 V-리그와는 영영 작별하는 것일까.
이재영과 이다영은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을 받고 피해자들의 증언이 속속 등장하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사과문을 게재한 뒤 소속팀 흥국생명의 무기한 출장정지 징계를 받았고 대한민국배구협회에서도 국가대표 자격 영구 박탈 처분을 받았다. 이들이 고개를 더 숙이고 반성하면서 자숙을 해도 한국에서의 선수 생활 기회를 더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만큼 쌍둥이 자매들을 향한 팬심의 분노는 거셌다.
결국 이들은 곧바로 해외로 눈을 돌렸다. 터키 스포츠 에이전시 CAAN의 도움을 받아 그리스 여자배구 PAOK 테살로니키로의 이적을 타진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이들은 사과 대신 학교폭력 당시 정황이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지점이 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팬심은 차갑고 이적은 계속 추진되고 있다. 배구협회는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을 불허하고 있지만 에이전시가 국제배구연맹(FIVB)에 유권해석을 질의하면서 상황이 달라지게 됐다. FIVB는 “쌍둥이 자매의 문제와 처벌은 한국에 국한된 것”이라면서 ITC 발급에 전혀 문제 없을 것이라고 알렸다. 그리스 현지 언론에서도 이재영과 이다영의 합류를 기정사실화 했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더 이상의 사과는 없었다. 자숙을 하는 것 대신 선수 커리어 연장이라는 선택을 했다. 한국무대에서 활약하던 연봉의 10% 수준의 돈만 받고 그리스 무대로 향한다. 두 선수가 흥국생명에서 받은 연봉은 도합 10억 원이었는데 PAOK로부터 받는 돈은 두 선수 합쳐서 약 1억 원 수준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약 4만 유로의 연봉을 받는다.
배구협회의 ITC 발급 불허 입장은 변함 없다. 하지만 FIVB 직권으로 ITC가 발급 되고 이적이 성사될 경우 대한배구협회는 손 놓고 이들의 이적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이재영과 이다영은 향후 한국에서 선수 생활이 가능할 수 있을까. 조심스럽지만 기량을 유지하고 한국여자배구에 위기가 찾아오더라도 이들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사회의 새로운 ‘역린’이 된 학교폭력 문제에서 쌍둥이 자매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 논란 당시 SNS에 게재했던 사과문을 삭제했다. 해명 인터뷰도 자충수가 됐다.
팬심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만약 영입을 타진하려는 구단이 나타나도 팬들의 거센 반발을 이겨낼 수 있을까. 아마 그리스로 떠나는 이재영과 이다영도 한국의 코트를 밟는 순간이 더 이상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