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도 따르지 않았다. 출장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지만 비로 다 날아가 버렸다.
이제는 정말 경기 감각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유망주의 성장에 방해만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KIA 포수 유망주 권혁경(19) 이야기다.
KIA 포수 유망주 권혁경이 좀처럼 실전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젠 경기력 저하를 걱정해야 할 수준에 이르렀다. 사진=KIA 타이거즈권혁경은 지난 14일 1군에 콜업 됐다. 그러나 이후 단 한 차례도 경기 출장 기회를 얻지 못했다.
타격 능력이 탑재된 포수 유망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대타로도 한 경기 나서지 못했다. 윌리엄스 KIA 감독은 좀처럼 권혁경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철벽같던 윌리엄스 감독도 29일로 예정 됐던 NC와 더블 헤더에선 권혁경을 활용해 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 마저 뜻대로 되지 않았다. 비로 더블 헤더 2차전이 취소됐기 때문이다. 다음 더블 헤더나 돼야 다시 기회를 얻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경기 감각이다. 현재 권혁경이 맡고 있는 일은 투수들이 준비할 때 공을 받아 주거나 일부 야수들의 캐치볼 파트너가 되는 것 뿐이다.
권혁경이 마지막으로 경기를 뛴 것은 지난 8월19일 롯데와 2군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한달을 훌쩍 넘어섰다. 40일 이상 공백이 있었다.
이런 상태라면 갑자기 경기에 나가더라도 제 몫을 해내기 대단히 어렵다. 실전 감각이 너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신인 선수들은 1군 벤치에 앉아 있는 것 만으로도 배우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권혁경은 지금 두 번 오지 않은 좋은 기회를 누리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직접 부딪히며 배우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직접 1군 경기를 뛰며 깨져도 보고 다쳐도 보며 배우는 것이 훨씬 많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권혁경 처럼 오랜 시간 벤치만 데우고 있다가는 그나마 누릴 수 있는 경험치도 쌓지 못할 수 밖에 없다. 이럴 거라면 뭐하러 권혁경을 1군으로 올렸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올 수 밖에 없다. 2군에서 실전 경험을 쌓는 것이 프로 선수로서 더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외부의 지적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젠 KIA 내부에서도 권혁경의 기용 방법에 대해 다른 의견이 나오고 있다.
KIA 한 코치는 "권혁경을 과감하게 써 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감독님의 생각은 잘 바뀌지 않는다. 김민식-한승택 라인이 나서기 힘든 상황이 돼야 권혁경을 쓰려고 하는 것 같다. 포스트시즌 진출이 무산된 만큼 보다 과감한 선수 기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코치들도 있다. 하지만 윌리엄스 감독은 신인급 선수들을 쓰는데 보수적인 편이다. 권혁경이 언제쯤 기회를 받게 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더블 헤더에 쓰기로 했었으니 오늘(30일)이라도 한 번 써 봤으면 좋겠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권혁경은 공격적인 면에서도 매력을 가진 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장거리포형 타자로서 가능성을 2군에서 인정 받았다.
하지만 40일 넘게 경기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에 그의 타격감은 지금 바닥을 치고 있을 수 박에 없다. 140km가 넘는 공을 직접 본지 너무 오래 됐다.
지금 갑자기 경기에 나선다고 해도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만에 하나 권혁경이 기회를 얻었는데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하면 출장 기회는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권혁경은 지금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현재 KIA는 눈 앞의 1승도 중요하지만 내일에 대한 희망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권혁경 같은 새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도 야구를 보는 또 하나의 의미와 재미가 된다.
윌리엄스 감독도 일찌감치 권혁경의 재능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윌리엄스 감독은 유독 이 포수 유망주에게 박한 대우를 하고 있다.
실전에서 부딪히며 배울 것이 많은 권혁경에게 벤치 멤버로 40일 넘게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지나친 낭비다.
과연 권혁경은 언제쯤 제대로 된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 이러다 정작 기회가 왔을 때 허무하게 놓쳐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