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감독이 영건들의 맹활약에 흡족함을 표하고 있다.
전주 KCC는 지난 3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와의 6라운드 맞대결에서 85-79로 승리했다.
이날 19시 동시간, 수원에선 KT와 한국가스공사와의 일전이 펼쳐졌다. 1위 쟁탈과 6강 플레이오프 확정이라는 확고한 목표를 둔 양 팀의 한판이었기에 경기 내 외적으로 많은 관심이 쏠렸다. 반면, 원주에서의 벌어진 DB와 KCC의 경기는 비교적 조용히 지나가는 모양새였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이미 DB와 KCC는 트래직 넘버가 완전히 소멸된 상황. 잔여 경기의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6강 플레이오프의 가능성은 전부 사라진 상태다. 성적이라는 결과표가 모든 것을 증명하는 프로라는 무대에서 양 팀의 이번 시즌은 어쩌면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탈락이라는 암울한 결과표를 마주하고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잊고, 빠르게 팀을 재정비해 다가오는 2022~2023 시즌을 맞이해야 한다. 초석을 단단히 다져야 할 필요가 있는 셈이다.
그래서 전창진 감독은 지난 25일 고양 오리온과의 경기 서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육성이라는 컬러를 내세우면서 모든 선수에게 기회를 배분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높이를 갖춘 서정현, 슛과 스피드를 겸비한 이근휘가 기회의 장을 제대로 잡아내고 있다.
전창진 감독은 DB와의 경기를 앞두고 “최근 (이)근휘를 3경기 째 선발로 내세웠다. 근휘가 공격 밸런스도 정확히 못 잡을뿐더러 수비도 굉장히 약하다. 하지만 고생을 많이 하면서 배워야 한다. 오늘도 허웅을 맡는다. 상대 팀 에이스를 담당하면서 공수에서의 동선과 책임감을 느꼈으면 한다. (허웅에게) 다득점을 내주더라도 본인이 배우고 느끼는 게 있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전 감독의 주문대로 이근휘는 팁 오프와 동시에 공격에서 엄청난 적극성을 내비쳤다. 동료의 오프 스크린을 철저히 이용하면서 허웅을 따돌렸다. 비록 영점 조절 실패로 골 맛은 못봤으나, 성공적인 패턴 플레이와 볼 없는 움직임, 슈터로서의 탁월한 기량은 충분한 합격점이었다.
전창진 감독의 예상대로 이근휘는 허웅의 수비에서 고전했다. 이근휘는 나름대로의 가로 수비를 선보였지만 허웅의 재치에 연이어 쉬운 찬스를 내주고 말았다.
하지만 이근휘는 주눅 들지 않았다. 벤치와의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아쉬웠던 점을 보완해나갔고, 그 결과는 3쿼터 승부의 추를 확실히 기울이는 연속 무빙 3점슛으로 나타났다.
이근휘의 장거리포에 KCC는 추진력을 얻었고 쉽게 DB와의 격차를 넓힐 수 있었다. 나아가 이근휘는 기습적인 디플렉션 수비로 DB의 볼 흐름을 차단했다.
이근휘가 외곽에서 활약했다면, 인사이드는 신인 서정현의 무대였다. 이날 경기로 올 시즌 세 번째 정규 리그 무대를 밟은 서정현. 그의 매치업 상대는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였다. 그러나 농구에 갓 입문한 사람이 지켜봤다면 국가대표와 갓 정규리그 무대를 밟는 신인의 대결이라고 볼 수 없었다.
그만큼 서정현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그는 적극적인 리바운드 참여와 넓은 공격 반경으로 DB의 수비에 혼란을 야기했다.
서정현은 신인답게 경기 내내 높은 에너지 레벨로 유지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위치를 가리지 않는 점퍼로 차곡차곡 점수를 적립했다. 그는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공수 퍼포먼스, 오픈 찬스에서의 슛 성공으로 벤치의 기대에 철저히 부응했다.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서정현은 이날 빽빽한 선수들 사이로 날카로운 패스를 뿌리며 라타비우스 윌리엄스에게도 득점을 선물했다. 신인 빅맨답지 않은 정교한 패스 센스였다.
이근휘와 서정현을 필두로 곽동기, 이진욱 등 KCC를 대표하는 영건들이 팀의 2연승을 이끈 지난 30일이었다. 전창진 감독도 인터뷰실에 들어서자마자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언급했을 정도.
전창진 감독은 “선수들이 코트에 나간 시간이 늘어나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다. 상당히 기쁘다. 어린 선수들이 제 몫을 해내려고 하는 것이 감독으로서 매우 만족스럽다. 선수들을 칭찬해 주고 싶다”고 말했다.
계속해, “(서)정현이 조금씩 여유를 찾는 것 같다. 슛이 있다 보니 미드-레인지에서의 활동 반경을 잘 활용하고 있다. 수비도 센스 있게 잘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창진 감독의 가르침 속에 신인급 선수들이 무럭무럭 성장해 나가고 있다. 시종일관 얼굴에 미소를 띠며 베테랑들과 신구 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들. 분명한 것은 분위기 반전과 함께 한 단계 팀이 업그레이드 해나가고 있는 부분이다.
비록 동기들보다 늦게 코트에 밟은 KCC의 영건들이지만, 그들은 혹독했던 겨울바람을 이겨내고 그 어느 꽃보다 화려하게 피어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젊은 피와 함께 유종의 미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KCC. 다가오는 4월 1일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도 그들이 이러한 모습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