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닷컴] 김형중 기자 = 세계 축구계에서 변방으로 취급되는 아시아에서도 주류에 들지 못하는 지역이 동남아시아다. 축구 실력은 떨어지지만 열기만은 뜨겁다고 알려진 동남아 축구에 이제는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4월 치러진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 예선에서 K리그 팀들은 동남아 클럽에 고전했다. 대구FC와 전북현대는 16강 토너먼트에는 진출했지만, 약체로 평가받던 동남아 팀을 상대로 쉽게 승점을 따내지 못했다. 대구는 싱가포르 클럽 라이언시티 세일러즈에 충격의 0-3 패배를 당했고, 전북은 베트남의 호앙아인잘라이에 극장골을 내주며 1-1 무승부를 거두기도 했다.
조별 예선에서 탈락한 울산현대는 더 충격적이었다. 말레이시아 클럽 조호르 다룰 탁짐에 2번 모두 패했고, 이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결국 조별 예선 탈락으로 이어졌다. 전남 드래곤즈도 태국의 빠툼 유나이티드에 1무 1패로 밀리며 일찌감치 짐을 쌌다.
전통적으로 동남아 축구의 맹주는 태국이었다. 동남아의 월드컵이라 불리는 스즈키컵이나 동남아시안게임(SEA) 등에서 다른 국가에 우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최근 베트남에 추격을 허용했다. 박항서 감독의 대표팀 부임 이후 선수들의 프로 정신이 강조되고, 이런 부분이 클럽 팀에도 영향을 줬다. 또 빅클럽 위주로 적극적인 투자가 이어지며 태국을 위협하는 형국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약진도 눈에 띈다. 특히 싱가포르는 지난해 12월 스즈키컵에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며 4강에 진출했다. 싱가포르 프리미어리그의 유일한 기업 구단인 라이언시티의 이번 챔피언스리그 성과도 높이 살만 하다. 조별 예선에서 따낸 승점 7점은 싱가포르 클럽 역사상 최다 승점이다.
물론 김도훈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고, 한국 국가대표 출신 김신욱을 영입하는 등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한 영향이 크다. 이러한 투자는 송의영 등 기존 선수들과의 시너지로 나타났다. 하지만 싱가폴축구협회의 의지도 빼놓을 수 없다. 싱가폴축구협회는 프로 리그에 나서는 팀들의 기업 구단 전환을 독려하고 있다. 자본이 뒷받침되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기본 논리를 따르겠다는 것이다.
또 협회 차원에서 축구 발전을 위해 행정적인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에는 싱가포르 P급 지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진행했다. 연사로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턴의 케빈 텔웰 스포츠 디렉터와 웨일즈 축구협회 드류 셔먼 기술 이사 등을 초청해 선진 축구를 적극 도입하려는 의지를 나타냈다. 대한축구협회의 법률지원업무를 맡고 있는 오지헌 변호사도 초청 받아 협상전략과 FIFA 리걸프레임 동향 등을 전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당장의 성과로 나타나진 않는다. 하지만 작은 시도들이 장기적으로 동남아 축구에 어떠한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