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는 두 천재 타자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다.
샌디에이고의 후안 소토와 필라델피아의 브라이스 하퍼다. 경력과 연봉에서는 두 차례 MVP에 오른 하퍼가 월등히 앞서지만, 실질적인 타격 실력에 있어서는 소토가 뒤지지 않는다. 팬그래프스는 그를 21세기의 테드 윌리엄스에 비유했다. 파워와 정확성을 모두 갖췄다는 점에서다.
올해까지 소토의 OPS+는 157이다. 만 24세 이전까지 500경기 이상 뛰면서 소토보다 높은 OPS+를 기록한 선수는 역대로 테드 윌리엄스(190), 타이 콥(171), 마이크 트라웃(169) 셋 뿐이다.
그런데 소토의 이런 '천재성'이 포스트시즌 들어, 아니 샌디에이고 이적 이후 빛을 내지 못하고 있다.
소토는 19일(이하 한국시각) 펫코파크에서 열린 NLCS 1차전에서 3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에 그쳤다. 이번 포스트시즌 성적은 8경기에서 타율 0.226(31타수 7안타), 3타점, 3득점, 3볼넷, 7삼진. OPS는 0.552에 불과하다.
타율은 둘째 치고 홈런이 아직 없다는 점, 볼넷보다 삼진이 두 배 이상 많다는 점이 소토답지 않다. 이날 경기에서 드러난 소토의 타격은 너무 소극적이었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잭 휠러로부터 스트레이트 볼넷을 고른 소토는 이후 세 타석에서는 너무 신중한 나머지 공을 제대로 맞히지 못했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스리볼에서 4,5구를 스트라이크로 그냥 보낸 뒤 6구 파울에 이어 7구 84마일 몸쪽 커브에 루킹 삼진을 당했다.
6회에는 휠러의 81마일 바깥쪽 커브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9회에는 상대 마무리 호세 알바라도의 100마일 직구를 밀어쳤지만 3루수 땅볼이 됐다. 이날 소토는 총 16개의 공을 봤다. 그중 방망이를 휘두른 것은 5번이고 2번 헛스윙, 2번 파울이었다. 타격을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포스트시즌 들어 이런 타격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좋은 타구가 나올 리 없다.
소토는 지난 8월 3일 시끌벅적한 소문 끝에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샌디에이고로 트레이드됐다. 이적 후 52경기에서 타율 0.236, 6홈런, 16타점, OPS 0.778로 부진했다. 올시즌 전반적으로 타격이 저조한 상황에서 샌디에이고에 둥지를 튼 이후 더욱 헤매고 있다.
올시즌 소토의 부진은 두 가지 이유로 설명된다. 우선 전반기 내내 트레이드설이 끊임없이 나돌면서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현지 언론들이 소토의 트레이드 관련기사를 쏟아내던 6월 그는 한 달간 타율 0.195를 기록했다. 7월 들어 살아나는 듯했지만,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 다시 슬럼프에 빠졌다. 워싱턴 구단의 15년 4억4000만달러(약 6290억원) 연장계약 제안을 거절할 즈음이었다.
트레이드 소문에 연장계약 협상 등 야구장 밖의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제대로 된 타격을 기대하긴 어렵다. 샌디에이고로 옮겨온 뒤로는 부담감까지 작용했고, 그 여파가 포스트시즌으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이날 하퍼는 선제 솔로홈런으로 결승점을 뽑았다. 이번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타율 0.407, 4홈런, 7타점, OPS 1.411을 마크했다. 소토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샌디에이고는 소토의 방망이가 본 궤도에 오르지 않고서는 승산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