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에서 36년 만의 4강 신화를 일궜던 한유미와 김연경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국가대표 은퇴 번복이 아니다. 올해 굵직한 국제대회를 앞둔 대표팀 후배들을 지원 사격하기 위해서다.
대표팀은 이달 30일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를 시작으로 아시아여자배구선수권대회, 2024 파리올림픽 세계 예선,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이에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 은메달, 2012 런던올림픽 4강을 합작한 두 선배가 각각 코치와 어드바이저(고문)로서 국가대표 선수촌을 찾은 것이다.
김연경은 런던올림픽 이후에도 2014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 2020 도쿄올림픽 4강 등을 이끌었다.한유미와 김연경은 16일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공개훈련에서 후배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려 구슬땀을 흘렸다.
V리그를 마치고 곧바로 몸을 만들어야 하는 고충을 잘 알기에 섬세한 조언으로 후배들의 훈련을 도왔다.
한유미는 리베로 문정원과 신연경에게 공을 차례로 던지며 리시브 연습을 도왔고, 김연경은 세터 김다인에게 토스 위치에 대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전체 리시브 훈련 때는 두 사람이 네트 양옆 기둥에 서서 차례로 스파이크를 집어넣었다.
김연경은 미들 블로커 이다현이 리시브를 놓치자 우렁찬 기합으로 기분 좋은 파이팅을 불어넣었다.
"대표팀 분위기가 좋다"는 이들의 말은 자화자찬이 아니었다. 둘의 코칭에 힘입어 이날 훈련엔 활기가 넘쳤다.
김연경은 훈련에 앞서 취재진에게 "어린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면서 팀 에너지가 좋아졌다"며 "분위기가 너무 좋기 때문에 작년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지난해 VNL에서 전패·무승점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겼다. 2022년 국제대회 성적도 1승 16패(VNL 12패·세계선수권 1승 4패)에 그쳤다.특히 세사르 에르난데스 곤살레스 대표팀 감독이 튀르키예 리그 일정으로 훈련에 합류하지 못한 상황인지라 둘의 존재감이 더욱 빛이 났다.
주장 박정아는 "감독님과 직접 훈련하지 못하지만 한유미 코치님, 김연경 어드바이저님이 많은 것을 알려주시고 있다"며 "훈련 스케줄도 코치님들이 감독님과 함께 준비한 것이기 때문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한유미 코치도 "감독님과 매일 소통하고 있다"며 "감독님이 연습경기 영상을 보고 '파이프를 많이 썼으면 좋겠다', '세터의 토스 길이가 길었으면 좋겠다' 등 세부적인 지시를 내리면 바로 훈련에 반영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대표팀에 있던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확실히 작년보다 준비가 잘 돼가는 것 같다'고 얘기했다"며 "선수들도 아픔이 있기 때문에 알아서 열심히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