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단 훈련 시설이 있는 미 플로리다주 더니든을 다녀온 로스 앳킨스 토론토 단장은 류현진(36‧토론토)의 재활 상황에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우리를 고무시킬 요소들이 있다"고 했다.
고무적이라는 것은 류현진이 재활 과정을 잘 통과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앳킨스 단장은 "보장은 할 수 없다"고 전제를 달면서도 "다음 달부터는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에서) 타자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잔뜩 걸었다. 무엇보다 류현진이 특별한 문제 없이 예정된 재활 프로그램을 잘 소화하고 있다는 것을 만족하는 눈치였다.
지난해 6월 팔꿈치인대재건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은 류현진은 1년이 넘는 외로운 장기 재활을 강인한 의지와 성실한 준비로 이겨내고 있다. 2월 플로리다 스프링트레이닝 당시 롱토스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이후 불펜피칭을 차례로 수행하며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류현진은 17일(한국시간) 6번째 불펜 피칭을 소화했다. 공을 던지지 못해 지루했던 단계들은 졸업했고, 이제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단계다. 공을 잡았다는 기쁨에 무리하는 경우도 있어 이 과정은 굉장히 신중하게 진행된다. 강도와 투구 수를 점진으로 끌어올린다. 혹은 그 강도와 투구 수를 되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공을 던졌을 때 팔꿈치 상태나 선수의 느낌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류현진은 현재 한 번의 불펜피칭마다 30~40개 정도의 공을 던지고 있다. 불펜피칭 초반은 패스트볼만 던지며 서서히 팔꿈치를 테스트한다. 그 단계에서 이상이 없으면 패스트볼의 강도를 조금씩 높여가고, 그 다음 변화구를 섞는다.
류현진은 17일 드디어 자신의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던졌다. 이는 지금까지의 과정에서 큰 이상이 없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한 관계자는 아직 100% 힘은 아니라면서도 "제구가 아주 좋았다"고 평가했다.▲ 류현진은 이르면 6월부터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에 돌입할 예정이다
집도하는 의학센터마다, 그리고 선수마다 재활 프로그램은 조금 다르다. 류현진은 나이도 있고 이미 한 차례 팔꿈치 수술을 했기 때문에 젊은 선수들에 비해서는 더 신중하게 단계를 밟아야 한다.
보통 팔꿈치 수술의 경우 8주 정도에 걸쳐 불펜피칭을 진행하고, 중간 중간 휴식을 주며 팔꿈치 상태를 관리한다. 이 과정대로라면 류현진의 불펜피칭은 대략 2~3주 정도가 남아있다. 앞으로 강도와 투구 수를 모두 올리며 본격적인 실전 등판을 준비하게 된다.
현재까지의 과정은 일단 7부 능선 정도는 넘었다고 볼 수 있다. 라이브 피칭 단계를 밟은 뒤에는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이 이어질 전망이다. 앳킨스 단장은 6월 중 류현진의 재활 등판이 가능할 것이라 점쳤다.
재활 등판은 1~2이닝부터 시작해 5이닝까지 이어진다. 토론토가 얼마나 많은 재활 등판을 준비할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5~7경기는 해야 한다. 그렇다면 7월 중순쯤에는 복귀 시점을 저울질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가장 희망적인 시나리오이자, 류현진이 그렸던 바로 그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토론토는 선발 로테이션이 올 시즌 기대만 못한 상황이다. 많은 돈을 쓰며 좋은 선수들을 모았지만 이 선수들의 투구 내용이 들쭉날쭉하다. 안정감이 모자란 상황이다. 건강한 류현진의 복귀는 그런 안정감을 더한다는 측면에서 좋은 옵션이다. 류현진이 마지막 재활 과정을 순탄하게 넘고 건강하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이유다.▲ 선발진의 안정감이 예상보다 떨어지는 토론토는 류현진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