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159주 유지, 오초아 158주 제쳐
159주. 고진영(28)이 여자 골프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시간이다. 그가 ‘전설’ 로레나 오초아(42·멕시코)를 넘어 사상 최장 기간 세계 랭킹 1위 기록을 새로 썼다.27일 발표된 세계 랭킹에서 고진영은 랭킹 포인트 8.31점으로 1위를 유지했다. 2위 넬리 코르다(25·미국·7.45점)를 0.86점 차로 앞섰다. 2019년 4월 처음 세계 1위에 오른 고진영은 이번 주까지 총 159주간 1위를 지켰다. 오초아의 158주 기록을 13년 만에 깼다. 오초아는 2007년 세계 1위에 올라 158주 연속 정상을 지키다 2010년 은퇴했다. 여자 골프 세계 랭킹은 2006년부터 집계됐으며 매주 발표된다.
고진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15승(메이저 2승 포함)을 달성했다. 2017·2018년 각 1승, 2019년 4승, 2020년 1승, 2021년 5승, 2022년 1승, 2023년 2승을 거뒀다. 지난 4년 2개월 동안 5차례에 걸쳐 1위에 올라 총 159주를 채웠다. 박성현(30), 코르다, 아타야 티띠꾼(20·태국), 리디아 고(26·뉴질랜드)에게 1위를 내줬다가 되찾았다. 159주에는 코로나 사태로 랭킹이 동결됐던 8주(2020년 3~5월) 기간이 포함돼 있다.
고진영과 오초아 다음으로 세계 1위를 오래 지킨 선수는 리디아 고(125주), 쩡야니(34·대만·109주), 박인비(35·106주) 순이다. 역대 세계 1위에 올랐던 한국 선수는 고진영과 박인비, 신지애(35·25주), 박성현(20주), 유소연(33·19주)까지 5명이다. 고진영은 “오초아와 나란히 언급되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고 겸손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날 LPGA는 오초아의 축하 영상을 공개했다. 오초아는 고진영에게 “가장 먼저 축하를 전하고 싶었다”며 “그 방향으로 계속 가라”고 격려했다. 오초아와 고진영은 같은 캐디와 세계 1위를 이룬 인연이 있다. 오초아의 통산 27승 중 21승을 합작한 캐디 데이비드 브루커는 2019년부터 고진영의 골프백을 맡고 있다.
브루커는 LPGA 인터뷰에서 “오초아는 장타를 쳐서 이글을 많이 잡았고, 고진영은 훨씬 더 일관성 있는 경기를 한다”며 “경기 스타일은 서로 매우 다르지만 강한 정신력이 공통점”이라고 했다. “둘 다 경쟁심이 강하고 현재에 집중하는 능력이 있다”며 “나쁜 샷이 나와도 동요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진영은 지난해 손목 부상으로 큰 위기를 맞은 반면, 오초아는 부상 없이 투어 생활을 마쳤다고 한다.
고진영은 “그동안 압박감을 많이 느꼈지만 압박감이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며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선수가 되겠다”고 했다. 고진영은 다음 달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링크스에서 개막하는 US여자오픈에 나선다. 고진영은 이 대회에서 우승 없이 준우승을 한 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