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엔 안방마님이 '금값'이었는데…아직도 거취 못 정한 FA 포수들

176 0 0 2024-01-10 06:10: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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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에이전트(FA) 포수에 대한 구단들의 구애가 1년 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FA 시장이 개장한지 두 달이 다 되어 가는데 어떤 포수도 계약하지 못했다. 금값이던 포수 인기가 시들해졌다.

2022년 시즌 종료 후에는 각 팀들이 안방마님을 잡으려는 광풍이 불었다. 양의지(NC→두산·4+2년 152억원), 유강남(LG→롯데·4년 80억원), 박동원(KIA→LG·4년 65억원), 박세혁(두산→NC·4년 46억원) 등 4명의 FA 포수가 '억'소리 나는 대우를 받으며 팀을 옮겼다. 이들의 계약 총액만 무려 343억원이었다.

협상 속도도 매우 빨랐다. FA 시장의 문이 열린지 딱 일주일 만에 FA 포수 4명의 계약이 끝났다.

하지만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는 포수 협상이 지지부진하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한 국가대표 포수 이지영(전 키움)과 2022 사상 최초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에 일조한 포수 김민식(전 SSG)이 FA 신청을 했지만 둘 다 아직 거취가 결정되지 않았다.

둘 모두 오랜 기간 KBO리그에서 활약한 검증된 기량의 포수다. 그럼에도 그들을 향한 영입 경쟁은 전혀 뜨겁지 않다.

당장 포수가 필요한 구단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LG, 두산, 롯데, NC는 2022시즌 후 FA 포수를 영입했고 박동원을 잃어 포수가 필요했던 KIA는 지난해 7월 트레이드로 영입한 김태군과 3년 25억원 조건으로 비FA 계약을 체결했다. 여기에 KT, 삼성, 한화도 2021시즌 후 내부 FA 포수를 붙잡은 바 있다.

각 팀은 젊은 포수들의 성장에 신경 쓰는 한편 두산과 SSG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백업 포수 영입에 성공했다.

시장 수요가 줄자 FA 포수들도 큰 목소리를 내기 힘들어졌다. 현재 칼자루는 구단이 쥐고 있는 분위기다.

여기에 샐러리캡(연봉 총상한제) 탓에 각 구단은 쓸 수 있는 투자 규모가 제한돼 있다. FA 포수들이 1년 전처럼 파격 대우를 받기 힘든 상황이다.

지난달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2023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에서 샐러리캡 상한액인 114억2638만원을 초과한 구단은 없었다. 그러나 두산, SSG, LG, 롯데, 삼성은 샐러리캡 상한에 근접해 여유가 없다.

샐러리캡을 1회 초과할 경우 초과분의 50%를 제재금으로 내야 한다. 만약 2연속 초과시 초과분의 100%를 제재금으로 납부하고, 다음 년도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이 9계단 하락하게 된다. 각 구단으로선 샐러리캡 관리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김민식. 2022.9.2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2024시즌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스프링캠프는 내달부터 시작한다. 선택지가 좁아진 FA 포수들은 3주 안으로 행선지를 찾아야 한다. 그래도 소속 팀을 못 구하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가능성이 있다.

우선 김민식은 원 소속 구단 SSG와 잔류를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양 측 모두 서로를 원하는 등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계약 조건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좀처럼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SSG는 8일 김민식 측에 최종 제안을 했다. 이제 선택은 김민식에 달렸다.

이지영은 좀 더 복잡하다. 지난해 부상과 부진으로 주춤했고 루키 김동헌이 빠르게 성장해 키움에서 입지가 좁아졌다.

1986년생으로 30대 후반이 된 나이도 부담이다. 키움은 1년 전 스토브리그에서 원종현, 이형종 등 베테랑 FA와 계약했지만 첫 시즌 결과는 실패였다. 키움으로선 베테랑과 협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다른 구단이 FA B등급으로 분류된 이지영을 영입하기도 쉽지 않다. 이지영과 계약하려면, 원 소속 구단 키움에 전년도 연봉 100%와 보호선수 25인 외 선수 1명 혹은 전년도 연봉 200%를 보상해야 한다. 이지영의 2023시즌 연봉은 5억원이었다.

이 조건이 완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여지가 있다. 이지영도 최근 키움과 접촉해 상황을 타개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중이다.

키움이 대승적 차원에서 보호선수를 받지 않는 보상 결정, 사인 앤드 트레이드 등으로 한 발 물러설 수도 있지만, 구단 관계자는 이에 대한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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